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테시아 Feb 20. 2023

변화하는 시간, 변하지 않는 그 무엇

굿모닝 인도차이나

이번 글은 '굿모닝 인도차이나 -베트남/라오스 편'의 프롤로그다.




대한민국에서는 동남아시아란 지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들 말하는 동남아시아를 생각해 보자.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나라가 떠오를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그 나라들은 다 서쪽에 있다. 

동남아시아란 단어는 정확히 제국주의적 단어며 규정이다. 

대항해시대 유럽 여러 국가들이 아시아 지역을 범할 때, 

그들의 기준으로 만들 어 놓은 게 지금의 동남아시아다. 


동해가 일본해, 서해가 황해로 불리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지금 즉시 동남아시아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정확히 인도차이나란 지정학적 이름이 있다. 

‘터키 지독한 사랑에 빠지다’ 이후 대형 출판사 몇 곳에서 동유럽을 쓰자고 제안을 해 왔다.

이미 취재도 끝내 놓은 상태라 어렵지도 않았다.  


여행 작가로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나 역시 인도차이나를 동남아로 알고 있었던 한 사람. 

누군가  나에게 인도차이나를 이야기할 때 너무도 부끄러웠다. 

출장으로 몇  번 가본 태국, 필리핀이 전부였던 나에게, 인도차이나는 생소했다. 


그리고 배낭을 메고 인도차이나를 향했다. 

폭염은 여행자를 지치게  했다. 

폭우는 걸음을 멈추게 했다. 

먼지 가득했던 비포장도로는 오장육부를 뒤틀어 놓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산골 오지에서는 추위를 견뎌야 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차이나 3국과 태국은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변했다. 

몇 달 사이 상징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들의 옷차 림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인도차이나 여행 시작할 때는 여행자  거리 곳곳에 PC방이 성업 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저마다 스마트 폰으로 숙소를 검색하고 맛집을 찾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론니플래닛이 전부였던 시대는 이미 화석이 됐다.


이리 빨리 변하는 세상 이야기를 쓰기는 쉽지 않았다. 

인도차이나에  사는 지인들조차 똑같은 말을 한다. 

 ‘굿모닝 인도차이나 : 베트남/라오스’의 공간은 분명 빠르게 변화하는 인도차이나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호기심과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온통 변하지 않는 것 천지였다. 

가이드 책 정도로 생각한 독자라면 빨리 이 책을 덮는 게 좋겠다. 


‘굿 모닝 인도차이나 : 베트남/라오스’는  친절하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인도차이나에 사는 그들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책이다. 

인도차이나에서 지냈던 모든 시간이 축복이었다. 


다시 못 올 시간이겠지만, 다시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인도차이나를 향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흔적 그리고 소멸 그리고 흔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