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 인 터키
하렘의 쇠창살로 보스포루스를 바라본 시간은 노을이 질 때쯤이었다.
정략적으로 결혼을 해서든, 아니면 선물로 보내졌던 여인들이
오로지 술탄만을 기다리며 갇혀 살았던 은밀한 공간.
해도 떨어지지 않은 하렘 안은 왠지 습하고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며 여행자를 맞았다.
실내는 어둡고 자연적인 빛이 들어오는 곳이 전무하다시피
무거운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입장을 기다리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있던 녀석들도
한 맺힌 여인들의 침묵 소리를 들었는가.
어느 순간부터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문과 문, 창과 창에 예외없이 쳐진 쇠창살.
사람들은 쇠창살 너머로 여인들이 소리 없는 흐느낌의 흔적을 보았다.
창문의 대부분이 내부로 향해 있었지만,
유독 외부로 향해 있는 창문이 눈이 띄었다.
고개를 들어 밖을 보니 보스포루스가 노을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잔인하다.
어느 여인의 방이었을까.
들에서 말을 타고, 시냇가에서 수영을 할 자유도 빼앗긴 여인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던 자유의 공간.
노을 지는 이 시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잔인하다. 잔인하다.
남자란 그대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