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주례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 보니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결혼생활은 사랑으로 살아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삶이라고 확신하지만 그것은 부부가 가계를 꾸려갈 최소한의 기본을 알았을 때를 전제로 한다. 가장 간단한 예가 내가 금융인으로서 제도권 금융기관 종사자로서는 유일하게 사태 예방을 위해 노력해 온 전세사기 분야를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내가 속한 은행에서 주택도시기금 대출, 그러니까 자산과 소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안정 대출을 총괄하는 팀에서 담당자로 일하면서 넉넉지 않은 여건에서도 사랑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많은 사람들의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보았다. 2021년에 그러한 여건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때부터 체결되는 전월세 계약은 사기가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2022년 이런저런 유튜브도 출연하고 서울시청에서 강연도 하는 등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막기에는 부족했다.
지속적으로 연구해 보면 전세사기 사례의 90% 이상은 피해자의 대부분인 젊은 층이 전월세와 부동산에 관련된 법과 경제 지식의 기본만 알고 있어서도 쉽게 피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본인의 업무 경험만 따지자면 내가 전세피해를 막기 위해 연구하면서 본 세 자리가 넘는 피해 사례에서 99%는 그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본 지식을 공교육에서 절대 다루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이 정말 기본적인 지식이 일반인들에게는 고급지식처럼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기본만 알면 막기 쉬운 피해를 수많은 사람들이 당했다.
피해는 비단 전세피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주식 리딩방에서 피해를 본다. 이 역시 주식의 기본만 알고 있으면 절대 당하지 않을 일이다. 나는 9년째 펀드와 개별주식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런 사기의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주식 사기범들의 사기 수법을 자세히 알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주식의 본질을 알고 금융의 기본을 알면 쉽게 피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외에도 수사기관이나 가족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금융사기는 기본만 알면 쉽게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사기를 피하는 지식과 가난을 벗어나는 지식, 물가상승률에 대항해 노후대비를 하는 지식은 서로 일맥상통한다. 어쩌면 기본을 숙지하고 자신만의 삶을 잘 살아간다면 수십억 단위의 부자는 되지 못할 지언정 대부분의 경우 빈곤을 피하는 문제는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기를 피하는 지식과 가난을 벗어나는 지식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전월세 문제로 돌아가면 전세 피해를 당하지 않는 지식과 현명하게 내 집마련을 하는 지식은 일치한다.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전월세를 사는 세입자는 필연적으로 내 집마련도 현명하게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현명한 세입자가 내 집마련을 현명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평균적인 일반인에게 있어 주식 사기를 당하지 않는 지식과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지식은 일치한다. 주식의 본질을 알고 자신에게 맞게 접근해 투자하면 주식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거나 개별주식 투자를 안 하고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저축펀드로만 주식을 하게 되니 돈을 잃지 않게 된다. 이처럼 사기를 피하는 지식과 부를 쌓는 지식은 긴밀히 연결되어있다.
이렇게 앞으로 쓰여질 돈과 경제에 대한 기본지식은 "모든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작성될 것이다. 표준을 작성한다는 것이 정답을 제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운동에 정답은 없고 오답은 있다는 말이나 인생에 정답은 없고 오답은 있다는 말이 경제에도 통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정답이 있고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백한 오답을 알고 평균적인 사람이 건전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표준안을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서적이 가장 많이 모인 여의도 영풍문고에 가면 오늘도 경제서적은 범람한다. 주식투자 잘하는 방법, 부동산 투자 잘하는 방법, 유튜브로 수익 내는 방법 등등. 이 서적들 중에서는 정말 좋은 지식을 담고 있는 서적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각론은 적어도 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모두가 수십, 수백억 대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그릇을 꾸준히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운과 때와 나의 능력이 맞아떨어질 때 소수는 큰 부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진실을 이야기하는 책은 적어도 내가 찾기에 없다. 반면 누구나 수십억 이상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책은 너무 많다. 그것은 의도적인 기만이 아니라면 인간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과대망상이다. 누구나 유튜브에 등장하는 절약의 신들처럼 절약할 수도 없고 누구나 투자로 유명해진 수십 수백억 대 자산가처럼 수익률을 낼 수도 없다. 그렇기에 기본이 중요하고 기본을 잘 갖추고 실천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다음의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 이것은 공부도, 투자도, 사업도 그리고 그 외 인생 모든 것이 마찬가지라 본다.
나는 정확히 그러한 관점을 갖고 금융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첫 커리어를 우리나라에서 기업분석 기반의 가치투자 분야에서는 손가락에 꼽는 좋은 자산운용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훌륭한 창업 역사를 가진 은행에서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도 일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며 거액 자산가들의 사례도 많이 봤고 직접 거액자산가의 가택을 방문한 적도 더러 있다. 반면 은행에서 발령받은 첫 지점은 부자가 거의 없는 동네였다. 내가 적어도 돈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 극과극의 현실을 경험하면서, 그리고 이 경험을 그간의 독서들과 다른 경험들과 함께 돌아보면서 내린 결론은 누구나 수십억 대 자산가가 될 수는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그럼에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나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치명적인 자산 손실 위험을 제거한다는 전제 하에서 건전하고도 가장 도전적인 자산배분을 추구했다. 그리하여 내가 만나는 고객들이 혹시 나에게 돈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적어도 나보다는 안전한 자산배분을 각 사람들에게 맞추어 조언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자 했다. 치명적인 자산손실 위험을 배제한 상태에서 건전하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 이것은 평균적인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준으로 생각할 만한 표준답안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부를 쌓았다. 무리한 빚이나 레버리지를 활용한 적은 없다. 순전히 내 집마련 관점에서 부동산에 접근해 시의적절하게 우리 부부의 생활철학에 맞는 좋은 집을 매우 싼 가격에 구매했고 초저금리를 활용해 주택담보대출을 최소한 필요한 정도보다 더 받아 그만큼을 내가 잘아는 기업들에 투자했을 뿐이다. 그 이후에는 주식/채권/부동산에 펀드와 주식형태의 금융자산을 쌓아가는 것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기본과 운이 겹치니 오히려 목표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자산이 상승했던 것이다. 35살 현재 나의 순자산은 약 12억 정도다. 불과 30대 초반에 순자산 10억을 달성한 것이다. 다만 10억이라는 순자산은 애매한 숫자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부자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숫자인 동시에 여전히 명백히 큰 돈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이유로 나는 큰 자부심을 갖고있다. 자부심이 큰 첫번째 이유는 우리 가족은 우리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인식하면서 감사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또래와 비교해봤을 때 우리 우리 가구의 순자산이 대한민국 백분율 한자릿수에 족히 들어서가 아니다. 지금 수준의 부에서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고 각자가 추구하는 삶을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돈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객관적으로 셀 수 있는 숫자의 문제지만 누가 부자인가 하는 문제는 그 사람이 얼마나 부의 자유를 느끼고 그것을 누리며 사는지에 대한 본인들의 주관적인 문제다. 작금의 우리나라에서 순자산 10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을 부자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객관적으로도 틀린 인식이면서 안타깝고 딱한 일이다. 그래서 불과 10억 정도의 수준에도 부의 자유를 느끼고 있음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자부심을 갖는 두 번째 이유는 부의 구성에 있다. 우리 가구는 부동산보다 금융자산이 더 많다. 부동산이 약 6억, 금융자산이 9억정도에 빚이 약 3억정도 있어 총자산 15억에 빚을 뺀 순자산이 12억이다. 만약 같은 순자산 12억이더라도 자산이 지금 살고 있는 집 한 채 뿐이고 그 집에 15억에 대출이 3억인 상황이라면 전혀 부의 자유를 느끼고 있지 못할 것이다. 매월 대출의 원리금 부담과 비싼 집으로 인한 매년 큰 재산세 부담이 있는 데에 반해 그 부담을 덜어줄 금융자산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KB 경영 연구소에서는 부자의 기준을 금융자산 10억 보유자로 정의해 매년 '부자 보고서'라는 것을 발간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이 보유한 자산에서 월세같은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한, 부동산 비중이 높을 수록 경제적 자유도는 떨어지고 주거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가정하에 금융자산 비중이 높을 수록 경제적 자유도는 올라간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상당한 자유도를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룬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내가 자부심을 느끼는 첫번째 이유는 '10억에도 불구하고 부의 자유를 느끼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이유는 '질 좋은 10억을 이른 나이에 이룬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10억인데 한 측면에서는 '겨우 10억'이 되고 또 한 측면에서는 '무려 10억'이 되는 것이다. 10억을 대하는 이 모순된 관점은 모두가 부의 자유를 이루는 데에, 혹은 최소한 빈곤에서 자유로워지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인터넷과 현실을 달라서 인터넷에서는 10억이 우스워 보이나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10억은 매우 큰 돈이다. 그래서 자랑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자랑일 수 밖에 없는 앞의 내 자부심을 서술하면서 내가 비교적 큰 자산을 빠르게 이룬 가장 중대한 비결 중 하나가 '운'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각자가 인생에서 몇 번은 맞이하는 큰 기회나 운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이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취급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자신에 대해 현명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중요하다는 뜻은 성공에 대해 겸손하게도 하지만 실패에 대해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혜로울 뿐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로서 맞는 말이다. 나는 직업생활을 하며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함에 있어 다소 큰 실패도 해보고 큰 성공도 거두었다. 실패할 때 그것이 온전한 내 실력이었다면 지금쯤 내 자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성공할 때 그것이 온전한 내 실력이었다면 지금쯤 내 자산은 최소 백억은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실력은 자산이 불어났을 때 그것을 지키고 그렇게 불어난 자산을 물가 상승률에 지지 않게 불리는 정도에 그친다. 다만 성공과 실패를 복기하며 내가 더 잘 알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이후 안 좋은 운과 맞닿아 실패를 했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좋은 운과 닿아 성공을 할 때 그 성공의 정도를 더 크게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의 그릇을 알고 오늘도 내 나이와 실력에 맞는 건전하고 도전적인 투자를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나의 자산관리 방법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표준안은 아니다. 나는 지적 호기심이 많아 개별주식 투자에 맞는 인지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개별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렸다. 평균적인 사람들은 뒤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적극적인 개별주식 투자에 맞지 않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그래서 앞으로 쓰여지질 글들은 각자 자신이 어느 투자에 잘 맞는지 가늠할 수 있는 표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대학생활을 하며 경제학과 금융을 나름 깊게 파보면서, 또 어쩌다가 자산운용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금융은 나의 숙명처럼 느껴졌고 더 나은 금융에 대해 늘 고민하며 10년 넘게 정진해 왔다. 때문에 한 사람의 경제생활마저도 하나의 책만으로는 묶을 수 없는 복잡계라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큰 방향으로서의 기본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책이 없기에 서점에 가면 훌륭한 금융서적과 경제서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부터 쓰여질 글들을 계기로 많은 분들께서 범람하고 있는 경제서적 중에서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지혜를 함양해 많은 경제, 금융 저서에도 접근하실 수 있기를 희망해 보며 좋은 글 쓰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