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모두의 생존을 위한 경제 기본교과서임을 선언하기 위해 두 개가 필요하다. 일단 경제가 무엇인지 개념정리를 명확하게 하는 것과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어째서 무려 '교과서'라는, 널리 많은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인 글로서 인정될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우선 경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뜻에 맞추어 앞으로 어떤 글이 개진될지 개요를 논의해 보기로 한다. 어떤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려면 어원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 경제는 한자어로서 한자로 하면 지날 경(經), 건널 제(濟) 자를 써 經濟이고 이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과거 왕조시대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모두가 평등하게 다스림의 주권을 가진 2023년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이 말을 다시 각색하면 '나 스스로를 구제하고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경제의 뜻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 경제를 뜻하는 Economy를 분해해 보면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구글에서 economy의 어원을 검색해 보면 옥스퍼드 사전에서 밝힌 이 단어의 어원이 나오는데, '집'을 뜻하는 그리스어 oikos와 '관리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nemein이 합쳐 저 oikonomia라는 단어가 되었고 이것이 '집안살림 관리'라는 뜻을 형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라틴어와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아 영어로는 Economy가 된 것이다. 그리스 사회는 고대에도 민주주의 사회였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의 살림살이라는 물질기반을 다루는 것을 경제의 의미로 썼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economy의 어원 _ 구글 검색, Oxford Languages]
이렇게 경제와 Economy가 가진 공통적인 뜻은 '우리가 살아가는 물질세계를 관리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물질세계란 우리가 쓰는 쉬운 말로 결국 '먹고사는 것'을 뜻하니 경제를 다루는 교과서라면 마땅히 '우리가 먹고사는 것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먹고사는 것을 현명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단순하게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복잡계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물질관을 갖고 있고 서로 각기 다른 성장 배경을 갖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먹고사는 것을 관리함에 있어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주거 문제, 직업 문제, 저축과 투자 문제가 그것이다. 여기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답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전제를 갖고 다루는 문제는 주거 문제뿐이며 직업 문제와 저축과 투자 문제는 보편적인 방법이 제시될 수 없는 문제로서 다룰 것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극소수가 아니라면 누구나 세입자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자가 소유의 집에서 거주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일단 내 집마련을 하게 되면 그 집의 가격이 많이 오르지는 않을지언정 그 가치와 가격이 하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때문에 주거는 만인에게 어느 정도까지는 보편타당한 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주거문제 개인마다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어떤 사람에게는 도시생활이 선호되고 어떤 사람은 교외주거가 선호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주거문제는 워낙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험관리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앞으로 개진될 글들은 이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어떻게 하면 세입자로 시작해 현명하고 안전하게 내 집마련까지 갈 수 있는지 표준적인 관점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런데 주거 외의 모든 문제는 그렇지 않다. 각자의 개성을 파악하는 것이 모든 지식에 우선한다. 직업 문제만 해도 그렇다. 몇 억을 준다고 한들 천성적으로 숫자를 싫어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더러 회계팀에서 평생을 일하라고 하면 금방 사람이 피폐해질 것이다. 경제이야기를 다룬다는 글에서 개성이라든가 피폐함과 같은 단어가 나온다는 것이 뜻밖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잊으면 안 되는 것은 우리가 경제생활을 하는 목표가 우리 자신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히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말 그 이상을 의미한다. 목적지를 잊은 채 길을 걷는 이가 맞이하는 것은 힘든 고난과 후회뿐이다. 목적지가 없다면 길을 걷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경제생활에서도 자신이 누군지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개성과 맞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행복을 앗아감은 물론 경제적인 자유로부터도 멀어지게 한다. 방금의 예시로 돌아가서 숫자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회계팀에서 평생 일하라고 한다면 피폐해지는 것을 넘어 높은 확률로 금방 일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 일을 그만두면 소득이 줄어들 것이고 경제생활에도 어려움이 따를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 일이 그렇다. 돈을 무시하고 일을 해서도 안되지만 돈만 추구하고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가면 돈을 못 벌거나 돈을 잃는다. 필자가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돈은 중요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많았는데 요즘은 일단 돈부터 벌 궁리를 하라고 한다. 둘 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자기 자신의 개성을 먼저 파악하고 그 개성이 어떻게 돈이 될 수 있는지 최근 유행한 어떤 드라마 대사처럼 "이게 돈이 되나?"를 계속 물어보고 연구해야 행복도 경제도 같이 찾을 수 있다.
저축과 투자의 문제로 가면 개성을 파악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저축의 경우 많은 경제 콘텐츠에서 지출을 관리해 돈을 더 많이 모으는 방법을 소개한다. 하지만 내가 은행 지점에서 우리 주변에 평범한 사람들을 주로 상대해 보면서 저축을 적게 하는 사람보다는 무리하게 저축을 했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봤다.
등산을 할 때 자신의 체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산의 정상만을 목표로 하면 이미 높이 올라가 경치가 좋은 상태에서도 경치를 누리지 못하고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실망감에 지쳐 끝내 산을 즐기지 못하는 법이다. 많은 금융콘텐츠에서 저축에 대해서는 지출을 가급적 줄여 최대로 저축하라고 하는 반면 투자에 대해서는 누구나 젊은 나이에 수십억의 자산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말들을 굳게 믿고 자린고비가 되어가면서 아낀 돈으로 투자에 열중하거나 돈이 많이 모이면 투자를 해서 크게 불리겠다고 꿈꾼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다. 생각보다 목표가 너무 높았다는 사실에 좌절해서 아예 포기하거나, 기껏 모은 목돈을 누구나 젊은 나이에 수십억 자산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들을 믿고 충분한 공부와 경험치 없이 투자하다가 크게 잃어 포기한다. 그러다가 다시 힘을 내어 보지만 안타깝게도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서는 중도해지한 적금 잔액이나 중간에 손실을 보며 팔아버린 주식 잔고를 보며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냥 차나 바꾸자. 죽기 전에 벤츠 한 번 타봐야지."
필자는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육아휴직 상황에서 우리 가계에는 우리나라 3인가구 중위소득 정도로 가구 소득이 발생한다. 중위소득은 쉽게 말해 동일한 조건을 가진 100가구를 소득의 순서대로 세웠을 때 정가운데인 50번째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2023년 현재 3인가구 중위소득은 월 약 443만 원으로 맞벌이를 가정한 세금 및 4대 보험을 차감한 월 순수입은 약 400만 원, 외벌이를 가정한 월 순수입은 약 390만 원 정도다. 그 정도의 월소득을 가지고 전업주부로 변신해 최소 월 100만 원 이상의 저축을 목표로 가계를 운영해 보았다. 나는 내 집마련을 한 상태라 재산세도 발생하고 관리비가 같은 평수 아파트의 평균보다 다소 비싼 편이기 때문에 3인가구가 가장 검소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그래서 다소 불리한 조건인 편임에도 그 전부터 검소하게 살아왔던 데에다 가계부를 쓰며 지출을 더 계획적으로 하고 냉장고 재고관리 효율화를 위해 직접 식단표까지 짜면서 생활하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월 100만 원이 넘는 저축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경조사비가 많이 발생하거나 다소 가격이 있는 집안 소모품비 교체,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등 예기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면 100만 원을 저축하지 못하는 달도 있었기에 월평균 100만 원을 넘는 저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 100만 원을 1년 모으면 1200만 원, 10년 모으면 1억 2천만 원이다. 이자까지 잘 붙여봐야 1억 5천만 원이 되지 않는다. 필자 2023년 현재 나이 35살. 앞으로 계속 다뤄보겠지만 만약 출산 전 2인가구, 결혼 전에 1인가구 중위소득으로 계속 살아왔다면 와이프와 아무리 출산 전에 열심히 가계를 운영했어도 둘 만의 힘으로는 순자산 35살까지 3억도 모으기 힘들다. 그런데 그 10년 뒤에도 5억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경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말한다. 그래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나는 말한다. "저축을 통해서 돈을 모으려면 물가상승을 이길 수 없으니 투자를 해야 한다"라는 관점으로 투자를 하면 90%는 망한다고.
또한 부자가 되는 비결을 알려준다며 오늘도 많은 책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말한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 부자가 알려주는 책을 따라하면 대부분은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엄밀히 따지면 대부분은 부자가 아니라 돈이 아주 많은 사람, 최소 10억은 당장 통장에서 뺄 수 있는 사람을 꿈꿀 것이다. 그것이 부자가 아니고 뭐냐고? 10억의 돈을 쉽게 인출할 수 있는 자산가는 객관적인 사실의 영역이지만 부자는 철저히 주관적인 영역이다. 물질에 쪼들리지 않는 사람이 부에서 자유로운 자, 즉 부자인데 예를 들면 산 속에서 움막을 짓고 차 한대 살 돈이 없어도 스스로 물질에 큰 갈구를 느끼지 않으면 부자인 것이다. 대부분은 그걸 꿈꾸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대부분이 꿈꾸는 수십억 이상의 자산가가 되는 방법을 여기서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겠다. 거액의 자산가가 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수십억 이상의 자산가가 되기 위한 방법>
1.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못하는 생각을 한다.
2. 그 다른 생각이 맞는 생각이어야 한다.
3. 다른 생각을 실천해야 한다.
4. 실천 과정에서 시련이 있어도 극복해야 한다.
5. 운이 좋아야 한다.
저 다섯가지 방법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안된다.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못하는 생각을 해야하니 기본적으로 소수만 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생각이 틀리면 안되니 거기서 또 많은 사람들이 나가 떨어지며, 실제로 실천하고 시련도 이겨내려면 정말 무수한 사람들이 탈락하고 거기에 운까지 좋아야 하니 수십억 이상의 자산가가 우리나라 인구의 1% 남짓인 것이다.
거액의 자산가가 필연적으로 소수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진짜 의미있는 자산가는 필연적으로 희소하다. 수십억의 재산이 있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남들은 없고 자신만 있어야 한다. 남들도 다 수십억씩 있다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이미 수십억이 있어도 평생 일하지 않고도 먹고사는 것은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있을 것이다.
아무튼 언급했듯 결국에 자산가가 된 '비범한' 1% 중 일부가 '누구나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될 수 있고 고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나 사업은 필수'라는 말을 진심을 담아서 하지만 그들은 어쩌면 인간은 물론 비범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운까지 좋은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경제의 기본을 갖추지 못하고 당장의 조급한 욕심에 덜컥 그런 책을 따라한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돈을 잃고 그 책과 결이 맞는 개성을 갖췄으면서 또한 운도 작용한 소수만이 다시 그 책의 정당성을 증명해 부의 양극화를 오늘도 부추긴다.
이후 더 다루겠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자기 자신을 잘 알아는 것이 모든 것을 앞서 가장 중요하다. 거액의 자산가를 꿈꾸든 그저 안정적인 생존을 꿈꾸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의 중요성은 동일한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중위소득으로 살며 월평균 100만 원 이상의 저축을 이루고자 지출을 줄이고 줄여보니 '그냥 포기하고 육아휴직을 누리면서 저축 덜하고 쓰면서 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 지출 구조에서 중위소득을 가지고 월 100만 원을 넘는 저축에 집착한다는 것 자체가 아예 저축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원래부터가 돈을 모으기보다는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격 탓도 있지만, 그 성격조차 극복하고 또래들보다 훨씬 검소한 가계 운영으로 행복하게 살아온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이렇게 저축과 투자도 각자가 당면한 자신만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각자의 상황을 갖고 핑계 대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인 만큼 명확한 '한계'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핑계를 대는 인생도 문제가 있지만 한계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고 사는 인생은 너무도 위험하다. 한계와 핑계를 구분하고 한계를 인정하는 삶, 그것은 온전히 자신에 대해 알아가려는 사람만이 가능하고 그 사람만이 한계조차 뛰어넘을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모든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내 글을 보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읽으면서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놓지 말고 내 글과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경제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인생에서도 제일 중요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때문에 기본을 다룰 때 반드시 독자들이 이 화두와 함께 하도록 이끌 책임이 기본을 다루고자 하는 나에게 있다고 본다.
이처럼 경제생활에서 중요한 문제들이 대부분 개별적인 문제라면 '모두를 위한 경제 기본교과서'라는 이 책의 타이틀이 무색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정답은 각자 다를지라도 오답은 존재하며, 각자가 정답을 찾아가는 '길'에 대해서는 정답이 존재한다."라는 관점을 취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운동을 할 때 운동의 목적과 사람의 체형 등 개별적 특성에 따라 해야 할 운동이나 같은 운동이라도 방법이 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누구나 피해야 할 부상을 유발하는 '틀린 동작'이 있고 부상을 가급적 피할 수 있는 신체 동작은 보편적이며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하면 좋다는 사실 역시 보편적인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