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이 보낸 사진 한 장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국 각지 공공기관의 마스코트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사진이었는데, 정말 놀랍도록 비슷했다. 둥근 눈, 미소 짓는 입, 파스텔 톤 색상, 그리고 어딘가 어색한 포즈까지. 마치 하나의 틀에서 찍어낸 것 같았다.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여러 번 경험해봤지만,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이제야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 이유들을 하나씩 풀어보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공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공기관 캐릭터는 보통 '위원회'를 거친다. 디자인 전문가, 공무원, 시민 대표, 때로는 지역 유지까지 포함된 심의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너무 개성이 강하면 안 돼요"
"모든 연령대가 좋아할 수 있게 해주세요"
"논란이 될 만한 요소는 빼주세요"
이런 요구사항들이 쌓이다 보면, 결국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디자인만 살아남는다. 개성은 사라지고, '모두에게 좋지만 아무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캐릭터가 탄생한다.
실제로 한 시청 마스코트 작업에서, 처음에는 지역 특색을 살린 독특한 캐릭터를 제안했다. 하지만 5번의 수정 끝에 나온 최종 결과물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공공기관의 또 다른 특성은 '실패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다. 세금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비판을 받을까봐 걱정이 크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검증된' 디자인 요소들이다.
둥근 형태: 친근하고 안전해 보임
파스텔 색상: 자극적이지 않고 무난함
미소 표정: 호감을 주지만 개성이 없음
단순한 형태: 제작비용 절약과 활용도 고려
이런 요소들은 분명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모든 기관이 같은 논리로 접근하다 보니, 결과물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에서 캐릭터 개발을 의뢰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시 캐릭터처럼 만들어주세요"
"이런 느낌으로 우리 지역 색깔을 넣어서..."
문제는 참고하는 범위가 너무 좁다는 점이다. 다른 관공서 캐릭터만 보고 따라하다 보니, 결국 '관공서 캐릭터답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A지역의 캐릭터를 B지역이 따라하고, B지역의 결과물을 보고 C지역이 또 따라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복사가 이어지다 보니, 원본의 개성마저 희석되어 버린다.
정작 중요한 건 진짜 사랑받는 캐릭터들의 특징을 분석하는 것이다.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이나 어피치,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곰곰이', '오구오구', 네이버 웹툰의 인기 캐릭터들까지. 이들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굿즈까지 품절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캐릭터들은 단순히 '무난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각자만의 뚜렷한 개성과 매력, 그리고 사람들의 감정에 어필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공공기관 캐릭터도 이런 현재 트렌드에 맞는 매력 요소들을 연구하고 적용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디자인 업체 측면에서도 책임이 있다. 공공기관 프로젝트의 특성상 까다로운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처음부터 '무난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 업무상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개성 강한 건 통과 안 될 텐데, 처음부터 안전하게 가자.."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된다. 이는 창의적인 도전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업계 전체의 창의력이 위축된다는 점이다. 신입 디자이너들도 선배들의 '안전한' 작업물을 보며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고, 결국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실제로 많은 디자인 업체들이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할 때 "이전 성공 사례"라는 이름의 템플릿을 활용한다. 색상만 바꾸고, 지역 특산물 몇 개만 교체하면 되니까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이 지속되는 한, 진짜 사람들과 소통이 되고 교감이 가능한 캐릭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왜 이 캐릭터를 만드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캐릭터의 진짜 목적은 지역 브랜딩 이미지를 고취시키면서 동시에 사람들과 실질적인 소통이 가능한 "진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성공한 캐릭터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캐릭터 상품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단순화된 귀여운형태로 시민들과 진정한 소통을 한다. 그 결과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 곧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다.
캐릭터 → 시민 공감 → 지역 이미지 향상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공공 캐릭터들은 첫 번째 단계에서 멈춰 있다. 캐릭터는 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굿즈는 만들어도 사지 않고, 결국 지역 이미지 개선과는 전혀 무관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단순히 남들 하는 정도로만 하고 마는 걸로 끝내기엔 그 잠재가치가 너무 크고 아쉽다. 제대로 된 캐릭터 하나가 지역 경제와 문화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지금처럼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양산하는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우리 기관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시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가?"
"다른 기관과 구별되는 우리만의 가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캐릭터는 아무도 위하지 않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주요 소통 대상을 조금만 더 명확히 하자.
지역 특색을 살리되, 과도하게 로컬한 요소만 집중하지 않기. 지역적특색 속에서도 캐릭터가 가진 고유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의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시민 의견은 설문조사 등 객관적인 방식으로 수렴하기.
공공기관 캐릭터가 비슷해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면,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 시도하고 있는 단순화한 트렌디한 캐릭터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시민들도 뻔한 캐릭터보다는 트렌디한 캐릭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성공한 공공 캐릭터 사례들을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비슷함'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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