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새해 혹은 나팔절, Rosh Hashanah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 Rosh Hashanah는 10월 2일 수요일부터 10월 4일 금요일까지 이어지는데 전통파는 수목 이틀을, 일반 유대인은 목요일 하루를 지킨다. 물론 유대인 학교인 우리는 10월 2일 3일을 연달아 쉬고 다른 공립학교는 3일 하루만 쉰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 의아했던 것 중 하나가 새해 첫날에 대한 정의였다. 태양력을 쓰는 서구 문화권에서 1월 1일 New Year's Day라고 해서 하루만 쉬어도 될 텐데 굳이 음력을 썼던 중국 및 그 영향력 아래 있었던 아시아권 문화까지 고려해 달력에 Chinese Lunar New Year'Day 라고 명시해서 음력설을 쉬고 있으니 감사하긴 한데 거기다 덤으로 유대인의 1월 1일 격인 Rosh Hashanah(1년의 첫 머리=새해)까지 지켜 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묘 망측한 일이다. 사실 유대인의 인구를 본다면 2021년 집계된 기록에 의하면 1천520만 명, 남한 인구의 3분의 1도 안된다. 그중 690만 명은 이스라엘에 거주 중이고 절반 넘는 830만 명은 해외에 살고 있는데 그중 600만 명이 미국에 정착해 있다고 한다. 전세계 인구의 0.2%도 안 되는 인구수를 고려한다면 미국 정부의 파격적 Calendar 대우는 특혜인지 은혜인지, 로비인지 시비인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남보다 이틀 더 쉬는 이 유대인 명절에 감사하다.
사실 로쉬 하샤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한 이주 동안을 사과와 꿀, 벌에 관한 가능한 모든 책을 읽어주고 사과와 벌의 Life Cycle을 공부하고 사과를 보고 만지고 맛보고 연구하고 마당에 심고 칠하고 그림 그리고 요리하고 베이킹하고 별의 별짓을 다한다. 꿀을 알기 위해선 또 어떠한가? 각종 열매의 꽃을 그리고 칠하고 만들고 벌을 그리고 칠하고 만들고 별의 별짓을 다한다. 그러다 내일 나팔을 만들어 아이들이 입으로 불 수 있게 내보내면 선생님으로서 내가 해야 할 새해 맞이 준비는 끝난다. 그럼 왜 사과이고 왜 꿀인가? 새해엔 누구나 다가올 한 해를 꿈꾸며 수많은 결심을 한다. 쓰디쓴 폐배의 결말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모두의 꿈은 꿀 바른 사과처럼 달콤하다. 새해 첫날 새로운 각오와 결단 결심으로 꿀 바른 사과처럼 달콤하고 형통한 삶을 기원한다는 뜻에서 꿀 바른 사과를 새해 음식으로 먹는다. 랍비는 새해를 알리는 신호로 숫양의 뿔로 만든 Sofar를 부는데 새해를 맞이하는 새로운 결단과 각오를 촉구한다는 의미이다. 그러고 보니 내일모레가 이들뿐 아니라 이들 커뮤니티에 속한 나에게도 새해 첫날인 것이다.
되돌아보면 2024년 1월 1일에 새롭게 다졌던 각오와 결단 작심은 이제 마지막 세 달을 남겨둔 오늘까지도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제대로 시작도 못해본 것 같다. 하루 10분으로 기타를 시작하고 클라리넷을 다시 연습하고 일본어를 배워서 연말에 일본에 놀러 간다는 꿀 바른 사과와 같은 계획은 기억 상실증 환자처럼 홀라당 다 까먹어 버렸다. 그나마 하나 건진 것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북 하나다. 아니 어쩌면 나 홀로 떠날 일본 동경 여행이 더해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주간의 짧은 겨울 방학을 이용한 일본 여행 티켓은 이미 사두었으니까. 사실 일본 여행은 새로운 언어에 대한 도전 기념으로 일 년 전에 표를 끊어 놓고선 제대로된 시작도 못했었다. 출발 날짜는 다가오고 아는거라곤 레스토랑에서 주문할 수 있는 메뉴 몇 개 음료수 몇 종류와 디저트 몇 종류밖에없다. 물론 난 일본어 문맹이다. 이러다 정말 편의점 음식만 먹다오게 되는 것 아닌지 아자카야도 가야 하고 로바다 야끼도 가야 하고 취기를 빌어 일본 현지인과 일어로 몇 마디 나눠볼 달콤한 계획도 있었건만. 아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제 묵은 한 해를 떠나보낼 때가 왔고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새롭게 결심을 하고 새롭게 도전하자. 새 아침이 밝아온다. 어차피 인생은 내가 씌운 프레임 속에 사는 거 아닌가? 나의 계획을 Jewish Calendar속 새해 로쉬 하샤나로 다시 Frame 해보자! 일본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나의 일본어 스승님들이시여! 딱 기다리고 계시소서!. 제가 갑니다!. 혹여 또 작심삼일이라고 놀리는 나의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더라도 삼 일 후 또다시 결단하고 결심하자. 새로운 한해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