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났다. 장장 이 주간에 걸쳐 우리고 또 우려 마신 차처럼 계속 반복된 Rosh Hashanah 커리 큘럼이 끝났다. 오늘은 이미 만들어진 dough와 apple filling을 사다가 반달 모양의 apple pie를 3개씩 만들어 한 개는 시식하고 2개는 아이들 엄마 아빠한테 선물로 보냈다. 보통은 부엌에 있는 대형 오븐을 쓰는데 오늘은 이층에 있는 부엌에 가기보다 교실에서 모든 걸 끝내고 싶어 집에 있는 미니 오븐을 가져왔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나와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이 주째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라 floater로 일하는 분과 합을 맞추려니 이래 저래 귀찮아 생각해 낸 건데 그게 이리 묘수가 될 줄이야. 하필 어제 위층 Ice Maker가 고장난데다 내일 로쉬 하샤나 행사 때문에 그걸 고치느라 오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단다. 애플파이를 구우려 했던 다른 모든 반 수업이 취소되어 버렸다. 내 오븐을 빌려다 먼저 썼어도 되는데 내가 오븐을 집에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선생님들은 달콤한 향에 이끌려 우리 교실에 와보고는 "이제 부엌 오븐 쓸 수 있어요?" 묻는다. "아뇨. 미안해요. 전 집에서 미니 오븐을 가져와서 파이을 굽고 있어요. 끝나면 빌려드려도 되는데 쓰실세요?" 물론 그럴 시간이 그 선생님들께는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나팔절 나팔! Shofar를 만들어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하필 나팔 소리 나는 party horn이 배달되지 않았다. 아마존 배달 사고였다. 그래서 나팔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나마 우리 교실은 애플파이라도 만들어 보냈지만 다른 모든 교실은 애플 파이도 나팔도 못 만들어 애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상은 참으로 예측 불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바둑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해 움직이는 걸 선수라 하던가? 반면 일이 터져서야 그때 수습하려는 것을 일반적으로 하수라하던가? 하수보다 못해 미련스럽게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것을 무리수라고 하는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늦은 나이에 paralegal이 돼보면 어떨까 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이 내겐 무리수였었다. 물론 경력에 따라 급여가 교사보다 훨씬 많은 것도 paralegal의 매력이다. 그래서 코로나 기간 중 학교일을 끝내고 곧장 달려가 파트타임으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었다. 일종의 양다리였는데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full time으로 달려들면 과도한 업무량에 시작도 못해보고 나가떨어질 것 같아 학교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파트타임으로 일을 배워가며 일했었다. 한데 그게 좌충수였다. 너무 바빠 도대체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사실 내가 발을 떼려 한 교육 현장에선 코로나 기간 동안 나이 들고 기저 질환이 복합적으로 있던 교원노조 교사들이 대거 정년퇴임 하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겼었다. 주 정부는 그 공백을 메꾸려 있는 돈 다 때려 넣어 교사 양성에 나섰다. 교육비도 대주고 일정 코스만 수료하면 일단 교사로 썼던 것이다. 물론 우리 학교에서도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우수 역량 교사 양성에 엄청 돈을 쏟아부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난 너무 바빠 여기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이때 우리 학교에서도 석사 박사 끝내고 여기저기 러브콜을 받아 떠난이가 꽤 있었다. 사실 이것은 코로나 기간 동안 병실에 들어가는 간호사에게 Registered Nurse 가격증을 시험도 보지 않은 학생들에게 준 것과 마찬가지로 교원자격시험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 교사 자격증을 주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코로나가 끝났다. 모든 지원도 끊겼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변호사 사무실을 그만두었을 때는 무리수를 인정하고 깨달았을 때였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한 해를 또 마무리한다. 신정에 한 결심, 구정에 한 결심, Rosh Hashanah 한 결심 난 한해에 세 번 결단한다. 내 영혼의 제야의 종도 세 번 울린다. 이제 더 이상 딴 곳 바라보지 않고 여기서 뼈를 묻으리라 다짐했던 그 결심을 되새겨 본다. 올해는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 내가 원했던 과정에 들어가리라. 준비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기왕 유대인 학교에서 뼈를 묻기로 했으니 제대로 해보자 결심해 본다. 어린 나의 제자들! 새해 복 많으받으시게! 새로운 날들을 꿈꾸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