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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 외의 능력

별 다섯 프리스쿨(D52)

by Esther Active 현역

한국에 수학능력 시험이 있다면 미국에는 SAT가 있다. SAT는 한국 수학능력처럼 1년에 한 번 보는 게 아니라 1년에 최대 7번까지 볼 수 있고 대학교에 따라 점수는 1년에서 5년까지 유효하다. 즉 시험 삼아 9학년에 SAT를 봤는데 만점을 받았다면 그 성적을 12년 때 대학 지원 때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처럼 재수 삼수라는 개념이 없어 일단 전문대학이든 사 년제 대학이든 학교를 먼저 간 후 중간에 전공을 바꾸거나 다른 대학교로 편입을 하거나 gap year를 가지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일반적이다. 내가 사는 곳은 미국 No.1 주립 대학이 있는 곳인데 이곳에 있는 세 개 대학교의 졸업생들의 평균 졸업소요년수를 보니 5년이 조금 넘었다. 즉, 대부분이 1년 정도는 gap year를 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는 뜻이다. 어제 한국의 수학능력 시험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와 같은 시기에 이민온 조카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둘 다 잘 살아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으니 사실을 말하자면 둘 다 수포자였고 반에서 꼴찌였다.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하고 온갖 방법을 다했지만 늘 끝에서 1-2등을 달렸다. 14년 전 영어 한 과목 과외비로만 한 애당 백만 원씩 들었다고 했던 것 같다. 이민 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 패배감을 없애기 위해서, 더 이상 수학능력에 의해 능력을 평가받지 않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 그리고 지금 한 명은 RN, 간호사로 유명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또 하나는 Top 경영 대학원 중 하나에 대학원생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수능포기자 꼴찌가 미국에서는 어떻게 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 국가시험을 패스해서 간호사가 되고 꼴찌가 유명한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경영대학원을 들어갈 수 있었을까? 물론 한국에서 꼴찌를 했을지언정 기본기를 다졌으니 미국에서 그 정도 할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내가 근무하는 유대인 프리스쿨에서는 알파벳, 숫자, 쓰기, 더하기 빼기, 그림 그리기 등으로 발달 사항을 평가하지 않는다. 유아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각기 다른 다양함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틀로 아이를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는 그럼 아이의 발달 사항을 어떻게 인지하고 학부모 상담을 할까 싶었는데 쉽게 말해 있는 그냥 있는 그대로를 자료로 사용한다. 아이가 페인트칠해 놓은 종이, 잘라놓은 종이, 풀로 붙인 조각천 리본 실 단추 등이 base가 되고 그때 아이가 물어본 질문과 답 생각들 그 모든 것이 평가의 자료이다. 이렇게 아이를 바라보다 보니 가끔은 내가 천재를 가르치고 있구나 싶은 아이들이 있다. 물론 언어적 학문적인 면도 있지만 예술적인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들도 본다. 사람의 마음을 너무 잘 읽는데 천부적인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의 별같이 아름다운 다양한 능력을 본다면 수학능력평가나 SAT와 같은 평가방식이야 말로 가장 피해야 할 틀에 박한 능력 평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사회에 필요한 개인의 능력을 가장 빠르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는 틀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아이들을 포기자로 만드는 평가의 틀이기도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별처럼 많은 다양한 능력자들이 그 능력에 맞춰 평가받는 미래가 되기를 오늘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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