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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플리져의 생일파티

별 다섯 프리스쿨(D53)

by Esther Active 현역

코코는 주변 사람을 기쁘게 하는 아이이다. 본인이 원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그 상황이 불편해서 또는 징징거리고 우는 소리 듣기 싫어서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장난감도 친구가 울면 먼저 가지고 놀라고 내어주고, 손 씻기 순서도 징징거리는 아이가 있으면 순서를 바꿔준다. 먹는 것도 먹고 싶어 하면 먼저 내어주고, 화장실 순서도 다른 아이가 먼저 간다고 소리치면 바꿔준다. 얼굴도 이름도 예쁜 코코는 오늘 네 살 생일파티를 했다. 예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분홍색 왕관을 쓰고 분홍색 예쁜 신발을 신었다. 한마디로 공주였다. 물론 생일날이라고 달라질 건 없다. 여전히 징징거리고 울고 소리치고 자기 먼저 해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이 있다. 생일인 오늘도 코코는 다 양보한다.

어쩌다 코코는 피플 플리져가 되었을까? 엄마 아빠가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선생님이 그래야 한다고 가르친 것도 아닌데 열에 아홉은 늘 양보하는 코코는 왜 늘 주변에 신경 쓰는 것일까? 원인은 나도 모른다. 다만 이런 아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기할 따름이다. 한 살 때부터 이랬던 것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실 피플 플리져는 이타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진짜와 가짜가 있다. 가짜는 이타적으로 보이기 위해 열심히 말로 행동으로 포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본모습을 반드시 보인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네 살밖에 안 되는 코코는 꾸준히 이타적이다. 아니 피플 플리져다. 의학적으론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생기는 거라는데 코코를 보면 글세?아닐텐데 싶다.

어느 종교나 선을 우선시한다. 그게 유대교이던 이슬람교이건 기독교이건 불교이건 말이다. 악을 추구하라고 하는 종교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과 다투지 말라고 한다. 나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 이웃을 이용하고 친구를 이용하라고 가르치는 종교는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세계에선 코코와 같은 피플 플리져는 그리 많지 않다. 늘 자기 이익이 최우선시된다. 오늘은 선생님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 양보 없는 이기심 때문에 마음이 좀 힘든 날이다. 이방인으로 웬만하면 코코와 같이 피플 플리져로 남아있기로 결심했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그걸 이용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참 무거운 하루였다. 코코를 바라보는 내 눈빛도 마냥 분홍빛은 아니다. 마치 코코가 나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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