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14705?cds=news_media_pc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가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중 강남구가 가장 높다네요.
기사는 여러 이유를 적어 놓았지만, 핵심을 짧게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저는 봅니다.
핵심적인 이유는 수능으로만 대입을 결정하는 정시의 확대 때문입니다.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은 ‘대입의 공정성’ 운운하면서 정시 비율을 40%까지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정시 비율을 40%로 늘리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도 했고요. 이 기조는 현 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정시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제 아해가 대학에 입학하던 2015학년도 서울대의 경우, 정시는 입학생의 20%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조국 사태로 서울대 정시가 ‘두 배’로 는 것입니다.
그 어떤 시험도 마찬가지이지만, 수능은 ‘수능 유형의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사람에게서 많이 그리고 오래 배운 수험생’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지금은 ‘지역 간 서열을 확연히 보여준다’는 이유로 안 하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각 지역별 고교별 수능 2등급 이상자 비율을 종종 보도하곤 했습니다. 이때 압도적으로 성적이 좋았던 지역이 서울 강남구였습니다. 대치동 1타 강사들의 ‘수능 훈련 세례’를 받은 수험생을 타 지역 수험생이 이기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여, 지역 균형도 필요하다면서 지속적으로 정시 비율을 줄였습니다, 2010년대 후반까지는요.
서울대를 제외하고, 연고대조차 ‘수능에서의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는’ 정시보다는 수시를 선호했고요. 수능으로만 줄을 세우면 연고대조차 서울대보다 ‘확실하게’ 뒤에 있음을 보이니까. 수시는 그 특성상, 우열이 확연히 적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성대 수시에 떨어졌는데, 서울대나 연고대 수시에 붙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입 결과를 ‘높게 보이려는 대학’일수록 수시를 선호했습니다. 다시금 예를 들면, 연대보다 수험생 선호도가 떨어지는 고대의 경우, 정시 선발자 비율을 연대보다 훨씬 더 줄였습니다. 그래서 수능 정시 커트라인을 연대에 맞추려고 했지요.
조국 사태 이후, 고대 역시 정시 선발 비율을 최소한 40%로 맞춰야 하면서, 고대 정시 커트라인은 연대보다 밑임을 드러냈습니다. 수능 위주 선발은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대학 서열화니 뭐니 별로 관심 없습니다. 고대가 연대보다 밑에 있든 위에 있든 전혀 관심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학은 서울대를, 대학원은 고려대, 더 정확히는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나왔습니다.)
다만, 전국의 균형적 발전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수도권 편중화 현상도 지금보다 훨씬 누그러져야 한다고 믿고요.
수능 위주 선발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대치동 독주’는 이어질 겁니다. 1타 강사의 교육을 오랫동안 직접 세례받은 수험생을 수능에서 이기기 힘듭니다.
사정이 이러니, ‘내신 따기 힘든 고교를 다니면서, 값비싼 학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모를 둔’ 수험생 사이에서는 자퇴생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내신이 안 좋아? 그럼 뭐 정시로 명문대 가면 되지! 40%나 뽑는데 뭐...
‘1990년대 이전처럼 학력고사 혹은 수능으로만 대학을 가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제발 2010년대 중반 이전 기사 좀 검색해주십시오.
네이버 같은 데서 ‘수능2등급’ ‘지역별비율’ ‘고교별비율’ 이렇게 세 개 키워드만 치신 뒤 기사를 검색해보세요. 그러면 각 지역별, 고교별 수능 2등급 이상자 비율이 나올 겁니다.
그 기사를 유심히 보신다면, 왜 좌우파 정권을 막론하고, 조국 사태 이전에는 정시 비율을 줄이려고 했는지 아실 겁니다. 이러다가 나라가 너무 편중되게 발전할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제가 ‘그 어떤 형태를 막론하고, 수시는 정시보다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학부모의 교육열과 재정적 능력, 그리고 그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고교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시 종합’은 폐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수시 종합은 내신에 ‘교내에서만 쌓은 각종 스펙이 기재된 고교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종합적으로 봐서 대입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한데요, 아무리 ‘교외에서 쌓은 스펙’을 제외함으로써, 학부모의 지나친 대입 개입을 막겠다고 해도, 학부모와 교육열과 재정적 능력, 그리고 고교의 역량은 생기부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지요.
같은 서울이라도, 사립과 공립학교에서, 교사의 열정이 어디가 평균적으로 더 높을까요? 사립입니다. 왜? 사립은 ‘주인’이 있으니까 입시 결과에 더 민감합니다. 공립은 ‘주인’이 없는 곳입니다. 4년 정도 근무하면 다들 옮기니까요. 이런 데서 ‘열정’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더 나아가.
어느 두메산골이나 섬마을 고교의 생기부가 서울과 비슷할까요? 평균적으로 서울의 학부모가 입시에 더 신경을 쓸 터이니, 생기부 내용 역시 서울이 더 ‘치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기부에 독서록을 작성하는데, 솔직히 그 독서록을 높은 교육열을 받은 부모가 대신 쓰거나, 돈 들여서 외부에 맡겨도 그만입니다.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시 종합 폐지, 논술 폐지, 내신 성적만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수시 교과 확대, 정시는 30% 정도 유지’를 외치는 것이고요. 수능 위주 정시는 ‘내신에 실패한 이들에게’ 패자부활전 성격을 갖는 것이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제도라면, 대치동 독주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어느 두메산골이나 섬마을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오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파이지만, 그렇습니다. 그게 더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이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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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고백 하나 하면.
제 아해 역시 고교를 1학년 때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갔습니다. 내신이 워낙 나빴기에. 서울대 정시 비율이 ‘현재의 절반’인 20%였던 그 시절에 말입니다.
학원에서 2년 간 공부한 뒤 대학에 갔던 녀석과 제가 입시를 마친 뒤 했던 이야기.
“수능으로만 승부한다면, 학원에서 배운 이들을 고교에서 배운 이가 ‘평균적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