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한방울 안 오는데 호우경보를 받을 때...
어제, 그러니까 8월 7일 오후 6시 55분에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로부터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인천 전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안전문자를 받았습니다.
18분 뒤인 오후 7시 13분, 역시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인천 전 지역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는 알림이 행안부로부터 왔습니다. 산사태 침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지역은 대피하거나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했습니다.
1시간 쯤 뒤인 오후 8시 10분, 하천 주변을 통제 중이며, 야간 집중 호우 시 반지하주택 등 침수가 우려되는 곳은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동안 60mm 이상, 혹은 혹은 12시간 동안 110mm 이상 비가 예상될 때 내립니다. 호우경보는 3시간 90mm, 12시간 180mm 이상일 경우이고요.
저는 인천의 최북단인 인천시 서구 대곡동에 삽니다. 경기도 김포와 맞닿은 곳이지요. 호우주의보를 넘어 호우경보까지 받았지만, 어제 이곳에는 비가 단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호우경보까지 받았는데 이게 뭔가 싶어, 뉴스도 검색하고 주변 분들에게 물으니, 인천의 경우 연수구 남동구 등 인천 남부와 부평구 등 인천 중부 지역에는 강한 비가 내렸답니다. 경기도 안산과 시흥 목감동에도 그랬고요.
하지만 제가 사는 동네와 그 주변에는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제가 사는 곳에서 정남쪽으로 10km 가까이 떨어진 아라뱃길 주변과 그 이북지역에는 그랬습니다.
국민을 위해 애쓰는 공무원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날이 갈수록, 정부의 대응이 지나칠 때가 많다는 느낌을 종종 갖곤 합니다.
어제만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행안부든 지자체든 안전문자를 종종 받습니다. 한데, 정말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보낸 것인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면피를 하기 위해’ 안전문자를 남발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솔직히 많습니다.
해서, 안전문자를 대충 보고 말 때도 많습니다. 제가 안전불감증이어서일까요? 대중교통이나 음식점 등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삐”하는 경보음과 함께 안전문자를 받게 되면, 주변인들의 반응을 살피곤 합니다. 대충 보고 넘어가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아예 보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인천은 남북 간 거리가 깁니다. 인천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남북 간 거리는 직선으로 40km 정도 됩니다. 서울의 경우, 도봉구 최북단에서 경기도 과천까지 거리가 40km가 안 되는 것을 보더라도 인천이 남북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행안부는 강화와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전역에 호우경보를 내린 겁니다. 남북 간 40km는 족히 떨어진 곳에 말입니다.
어제 호우경보를 받고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것을 보면서 ‘에고, 내가 안전문자를 유심히 살핀 게 바보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해도 그러더군요. “아부지, 어디 하루 이틀이야.”
국민의 안전을 염려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지만, 조금 더, 아니 아주 많이 더 세심했으면 합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안전문자부터 우선 날릴 생각을 하기 전에 말입니다. 이런 태도는 면피주의를 넘어 또 다른 복지부동, 혹은 또 다른 무사안일주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맞든 안 맞든 일단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자. 나타나면 내 예고가 맞은 것이니 칭찬받을 것이고,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고 얘기하면서 둘러넘기면 되고.
그 사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하긴, 저는 일기예보를 볼 때 기상청보다는 ‘yr’이라고 불리는 노르웨이기상청의 예보를 먼저 봅니다. 그게 벌써 만 3년이 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