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증가가 연금 고갈 주원인-연금 수령액 낮추는 것만이 최선책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부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연금 개혁안을 냈답니다.
개혁안의 요점은 이렇습니다.
1. 연금을 받는 나이를 66세나 67세, 혹은 68세로 늦추는 것(현재는 60~65세임)
2. 현행 소득 대비 9% 부담률(사용자 부담분 포함)을 12~18%로 높일 것.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165057?rc=N&ntype=RANKING
기가 막힙니다.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됩니까?
우선,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춘다는데... 막말로, 저처럼 70대 중반이면 ‘세상과 자발적으로 이별’하려는 이들은 뭘 어쩌라는 이야기인가요? 저는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 사는 것’을 결코 축복처럼 느끼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라고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귀하는 100세, 아니 150세까지 사십시오. 축복합니다. 저는 낙엽이 제때 떨어져야 새잎이 건강하게 핀다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포함) 역시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가입돼서, 병원에 가든 말든 다달이 돈을 내는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국민연금조차 그런 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말인가요? (저는 정기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지 16년째 되는 사람입니다. ‘가능하면 병원에 가지 말자’가 원칙입니다.) 68세로 늦추는 것을 고민하자고요? 그럼 저 같은 사람은 길어 봐야 한 7년 정도 받겠네요?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네요? 원금 돌려받기 위해서, 꾸역꾸역 살라는 말씀?
둘째, 부담률을 늘리면 연금이 고갈되는 시기를 ‘당장에는’ 늦출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요? 연금부담률이 높아지면 나중에 돌려줘야 할 돈도 많아지는 것이죠? 지금 20대 중반 세대가 연금을 15%쯤 낸다면, 그들이 60대 후반이 됐을 때는 무슨 돈으로 돌려줄 건가요? 그때도 연금 지급 시기 늦추고, 부담률 늘리자고 할 건가요?
애초 국민연금이 우리나라에서 설계될 당시인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은 60대 최후반이었습니다.(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8016) 당시는 우리 평균 수명이 2021년 기준으로 83.6세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고요.
국민연금 고갈의 최대 요인은 평균 수명 증가에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면 늘수록, 연금을 줘야 할 사람이 ‘당초 예상보다’ 많아지는 겁니다. 부담률 늘리고, 연금 받는 나이를 1~3년 늦춘다고 해결이 되나요? 예를 들어 40년 뒤, 현재 20대인 분들의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10년쯤 늘어난다면, 연금 받는 연령을 1~3년 늦춰봐야 본질적인 해법이 되지 못합니다. 위에서 제시한 지표에서도 알 수 있듯, 1990년 평균 수명은 71.7세였지만, 21년 기준 83.6세입니다.
우리 서로 솔직합시다. 복지국가 운운하면서, 국민연금 설계 때 연금 수령액을 높게 잡은 겁니다. 거기다가 평균 수명도 설계 때보다 15년 가까이 늘었고요.
연금 부담률을 높이고, 연금 수령 개시 시점을 늦추기보다는 이런 문제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뒤 연금액을 낮추자고요. 이런 식의 개혁안은 폭탄을 후대에 돌리는 것일 뿐입니다.
추신
제 아해는 교사입니다. 교사는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게 ‘사학연금’입니다. 자기 부담률이 9%이고, 국가가 6%를 부담해서 연금을 줍니다. 국민연금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각자 4.5%씩 부담하고요. 젊은 교사들이 연금을 이야기할 때 치를 떠는 이유입니다. 자기들 돈으로 선배 교사들 연금을 내주는 꼴이라면서. 교사 연금 좋았던 것은 아부지 세대의 이야기라면서. 자기들이 낸 연금은 누가 돌려줄 수 있느냐면서.
아해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을 통합, 더 나아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폐지를 원하고 있습니다. 빵꾸 날 것이 뻔하다는 이유입니다. 이게, 요즘 교사들, 더 나아가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일 겁니다.
솔직히 저야 걱정 없지요. 저는 60세부터 조기 수령해서 한 15년 정도 받을 것이니까. 이득은 아니어도, 크게 밑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데 지금 20대는요?
이러니, 세대 갈등이 안 생기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