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우연일 거야

사진

by 영원

‘거리감’

그 단어가 우리의 사이를 좁힐 수 없게 만들었다.

만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사이가 그때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오빠 친구의 동생이던 너와는 5살에 만나 14년을 알고 지내왔다.

일상적인 대화로 가득 찼던 대화창은 정적만이 가득하고 너의 나긋했던 목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너와 남은 건 초등학교 졸업식 날에 찍어둔 오랜 시간이 지난 사진뿐이다.


시간이 끊임없이 흐르며 너와의 기억이 하나, 둘 사라져 가지만, 그때 찍어둔 사진은 너와의 추억을 다시 떠오르게 만든다.

사진은 너와 함께 한 그 시간에 내가 느낀 감정을 생생하게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내가 그 공간에 다시 와있는 느낌이어서.

너와 다시 친해진 느낌이어서.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라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 수 있게 해주는 사진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너에게 다시 연락을 보내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차마 나지 않고 그럼에도 네가 무척이나 보고 싶을 땐 그 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너와 나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이기를.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기를.

너도 나처럼 우리를 추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좀 이기적인 말이지만 '내가 내지 못 하는 용기를 너는 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막연하게도 들었다.

그래도 너와 남겨둔 게 하나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로써 나는 사진의 힘을 더욱 알게 되었다.


우정을 특별히 생각하는 나는 너의 우정이 소중해, 자꾸 생각난다.

너와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너는 아직 나의 마음속에 남아있고 계속해서 너를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과 친해지고 멀어지는 과정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만남은 기쁘지만 이별은 가슴 아픈 일인 걸 알기에.

찾아오는 이별을 추억이 가득한 마음이 다 담지 못해서 가끔 흘러넘쳤지만, 사진이 나를 나아지게 해 주었다.

과거를 다시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사진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