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나는 지금 덥다.
그런데 지금 나는 춥다.
계절은 분명한데, 내 몸은 어떤 온도인지 알 수 없다.
추운 겨울에는 난방을 틀어 따뜻하고 더운 여름에는 냉방을 틀어 춥다.
이런 상황에 몸이 온도에 맞춰 얼어버리기도 하고 녹아버리기도 한다.
지난여름, 학교 끝나고 집까지 걸어갔다.
쨍쨍한 햇빛에 몸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학교 안에서 에어컨에 얼어붙어있던 몸이 아스팔트 길을 한 걸음 내딛자마자 얼음이 물이 되듯 녹아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주 빠르게 씻고 에어컨을 최저 온도로 틀었다 방 시원해졌고 더 나아가 추워졌다.
두꺼운 이불을 덮어 잠시나마 추위에서 벗어났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가 되니 졸음이 밀려왔고 이내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나는 물 위에 떠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에어컨 실외기들이 가득했다.
거기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에 눈앞에 보이는 빙하가 줄어들고 있었다.
빙하가 녹아 물에 빠지는 소리가 가득했고 그 큰 소리가 나 와 주위에 있는 동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쩍‘ 하고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첨벙’ 소리가 들리니 몸이 물속에 빠졌고 벗어나려 버둥거리다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주위에 찬 공기만 가득했다.
황급히 에어컨을 끄고 생각에 잠겼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시원함을 위해 틀어놓은 에어컨이 누군가의 터전을 녹이고 있었다는 것을.
계절은 분명하지만 내 몸의 온도를 알 수 없다고 했던 처음 생각이 틀렸다.
내 몸의 온도는 지구의 온도와 연결되어 있었고, 나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든 생명체의 온도를 결정하고 있었고 지구 전체의 온도를 바꾸고 있었다.
앞으로는 계절에 맞는 온도를 느껴보려고 한다.
내 몸이 느끼는 불편함보다 지구가 겪고 있는 아픔이 훨씬 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