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일을 하다 보면 길 잃은 어린양을 많이 만난다. 영화감독이 꿈이라 경력 쌓으러 왔다는 사람, 배우가 꿈이라 카메라랑 친해지러 왔다는 사람, 왠지 있어 보여서 왔다는 사람까지 아주 다양한 ‘경로 이탈자들’이 모이는 곳이 방송국이다. 작가군에서 네비를 잘 못 켠 사람들을 꼽자면... ‘드라마 작가가 꿈인데 일단 구성작가부터 시작해 본다’는 부류가 대표적이다.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근성을 키우다가, 예능으로 센스 장착하고, 시사로 맷집까지 겸비하다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레 드라마 작가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는, 고런 핑크빛 꿈을 품고 방송국에 입성하는 어린양들이 그 얼마나 많던가. 단언컨대, 그 네비- 제대로 고장 난 거다.
구성작가 하다가 드라마 작가로 방향 지시등 켜는 일이 절대, 저-얼-대 구렁이 담 넘듯 자연스럽지가 않다는 말씀이다. 목적지가 드라마 작가인데 구성작가 길을 걷는 건, 목적지를 명동성당이라 찍고 봉은사로 질주하는 형국과 같다고나 할까.
드라마를 쓰려면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드라마 보조작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성작가와 드라마 작가는 결코 ‘작가’라는 카테고리로 위 아 더 월드 될 수 없다는 뜻이렷다.
그래서 봄 개편, 가을 개편 몇 바퀴 돌아 나이 앞자리까지 바뀌고 나서야, 아- 이 길이 아닌가 봄, 뒤늦게 드라마 초년병으로 도돌이표 찍는 작가 여럿 보았다. 어찌 그리 잘 아냐고? 훗- 나 역시 경로 이탈자였으므로. 나 역시 예능, 시사, 교양 프로보다 드라마가 좋은- 지독한 ‘드라마니아’였고 지금도 그러하므로.
경로 이탈했으면 어떤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데. 그러니- "우리 다 함께 드라마 봅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라며 ‘들국화’가 연신 ‘걱정 말아요 그대’를 반복 재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