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글을 써보는 것이 아닐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 건 꽤나 오래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남들은 알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나만이 가진 이야기를 풀어내어 세상에 내놓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에세이를 써서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었다가, 소설 작가로 방향을 틀었다. 소설 작가로 방향을 바꿨다고 해도 여전히 나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자 한다. 다만, 가상의 인물과 배경을 가지고 쓰면 조금은 덜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하고, 읽는 사람들도 "작가의 실화"라는 것에 꽂히기보다 더 자유롭게 제한 없이 상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그냥 단순히 나만 보는 글이 아니라 사람들이 읽어주고, 공감까지 해주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쓰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고, 다른 여러 창구를 찾아보고 알아봐도 돌고 돌아 결국에는 브런치가 가장 적합하고 신뢰도 높은 플랫폼이라 이곳으로 왔다.
그런데 난 지금 뭘 하고 있나?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그와 관련한 노력을 하고 있나?
글을 쓰고 있나?
올해는 다를 거라며, 올해는 정말 글을 쓰기 시작할 거라며, 올해만큼은 창피를 당하든 외면을 받든 뭐라도 글을 써보기 시작하고 도전해 볼 거라며, 단단한 마음을 먹고 계정을 만들어 브런치에 가입해 두고 약 5개월 가까이 되었는데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내가 가진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솔직하게 글에 녹여낼 수 있을까?
사람들이 보잘것없는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줄까?
아니, 그보다 먼저 이야기를 풀어낼 능력이나 필력이 나에게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생각들만 하면서 주저하고 있다.
브런치에 가입해두고 글을 쓰지 않던 지난 5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글을 쓸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 방금 저 장면을 글로 쓰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난 저런 건 저들의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보는데' 등등 일상생활의 어느 장면들에서 잠깐씩 스치는 생각이 있을 때마다 글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좀처럼 글은 써지지 않았다. 그 사이 일상에 변화가 생겨 정신없고 체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런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순으로 그날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데에 그쳤던 일기 외에 다른 글을 쓰려니 쉽지 않았다. 아마 많이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일 듯하다.
에세이가 됐든 소설이 됐든, 글은 자꾸 써 봐야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이야기를 써 버릇해야 늘 것 아닌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결심했다.
두서가 좀 없더라도, 이렇게 쓰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자신이 없더라도, 일단은 써 볼 것.
일단 조금씩 쓰다 보면,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고,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여러 방법을 강구할 테니, 일단을 써 볼 것.
그 노력의 일환으로 오늘 이렇게 다시 브런치 창을 열고 글을 남긴다.
부디 이 글을 훗날 내가 보게 되었을 때, '저 때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다'라고 대견해 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길.
------
브런치 스토리 작가 신청 전에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해보겠다고 하며 작성해서 서랍에 저장해 둔 글이다. 벌써 3개월 전의 일이다. 글의 마지막에 "부디 이 글을 훗날 내가 보게 되었을 때, '저 때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다'라고 대견해 할 수"있기를 바란다고 되어 있는데, 딱 지금의 심정이 그렇다. 저 때를 기점으로 뭐라도 쓰기 시작했고, 덕분에 서랍에 여러 글들을 저장해 둘 수 있었다. 저 때라도 시작해서 다행이고, 어쨌든 계속 써 온 나도 대견하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 승인받고, 서랍 안의 글 중 어떤 것을 첫 글로 발행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이 글을 다시 보게 됐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내 결심과 초심이 느껴지는 글이라 이것을 첫 번째로 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잘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