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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넥서스 May 08. 2024

일 못하는 직원을 내보낸다면

넷플릭스의 키퍼테스트(Keeper Test)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는 키퍼테스트(Keeper Test) 철학은 넷플릭스 문화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키퍼테스트(Keeper Test)


키퍼테스트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진행된다.


팀원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말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넷플릭스는 관리자들이 자신들이 관리하는 팀원들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팀원이 떠나는 것이 오히려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느껴진다면, 두둑한 퇴직금을 주어서라도 즉시 해당 팀원을 내보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조직은 '가족' 이 아닌 '프로스포츠팀'이다가족은 성과와 관계없이 함께하는 집단이다. 때로 부족한 사람이 있더라도 이를 보살피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반면 스포츠팀은 성과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최고의 성과를 위해서 함께 협업해나가되, 협업에 방해가 되거나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직원은 정중하게 떠나보내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로 보이지 못한다면 프로스포츠팀의 멤버로 적절하지 않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키퍼테스트 철학에 기반하여, 직원들을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채우고 인재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키퍼테스트와 썩은 사과 이론


넷플릭스의 키퍼테스트를 '썩은 사과 이론'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살펴볼 수 있다.


조직관리에서 종종 언급되는 '썩은 사과 이론'이란 'A bad apple spoils the barrel'이라는 속담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사과 상자 전체에 썩은 사과의 파급력이 퍼지듯이, 건강한 조직에 한 명의 썩은 사과가 있다면 조직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사례뉴스


얼핏 넷플릭스의 키퍼테스트와 비슷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둘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썩은 사과 이론'에서 말하는 '썩은 사과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무례한 태도를 지니고, 다른 사람들을 폄해하거나 모욕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즉,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쁜 태도를 가진 사람이 썩은 사과인 것이지, 성과가 부족한 자가 썩은 사과인 것은 아니다반면, 넷플릭스의 키퍼테스트는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회사의 높은 성과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저성과 인재(심지어는 평범한 인재)들을 내보내는 것이 키퍼테스트의 목표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키퍼테스트는 '근무성과'가 불량한 자를 조직에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썩은 사과이론은 '근무태도'가 불량한 자를 조직에서 내보겠다는 것이다.


'근무태도'와 '근무성과'는 다른 개념인 만큼, 이를 명확히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넷플릭스 스스로도 두가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다룬 저서 '규칙 없음'에는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Will Felfps 교수는 4개 대학에서 차출한 학생들로 몇 개의 팀을 구성해 45분안에 관리업물르 끝내라는 과제를 주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일부팀에는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가 1명식 끼어있었다. '게으름벵이' 역할을 맡은 이는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며 딴짓을 했고, '삐딱이' 스타일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등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을 늘어놓고, '비관주의자' 스타일은 과제가 너무 어려우니 포기하자며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수십 차레 거듭된 실험에서 문제되는 자가 1명이라도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자에 비해 성과가 30%~40% 떨어졌다.

'규칙없음'은 해당 연구 결과를 해석하며, '팀에 평범한 사람 몇몇이 끼어있으면 그들의 탐탁치 않은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조직 전체의 성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연구 결과는 전형적인 '근무태도의 불량'에 대해 연구이자, '썩은 사과 이론'에 대한 연구이다. 즉, 이는 넷플릭스의 키퍼테스트를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넷플릭스가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이 게으름뱅이거나 비관주의자거나 삐딱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국내 법적 관점에서의 검토


국내 노동법상 '근무태도 불량' 및 '근무성과 불량'은 모두 해고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근무태도'의 불량은 일반적으로 '징계해고'의 사유가 된다. 구체적으로 무단결근, 잦은 지각 및 조퇴, 업무 중 잡담, 상사에게 불손한 태도, 동료와의 인화 등으로 징계해고의 사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징계해고를 정당하게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 근무태도 불량에 대하여 징계를 규정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위행위의 종류, 정도, 반복성, 직장질서에의 영향, 회사의 지시 및 개선노력에 비추어 근무태도 불량이 정당한 해고 사유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Getty images


한편, 근무성과의 불량은 일반적으로 징계해고의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근무성과가 나쁘다고, 이를 징계할만한 비위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근무성과 불량을 이유로는 해고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대법원은 근로성과가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일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기서 넷플릭스는 한술 더 나아간다. 넷플릭스는 성과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적당한 성과, 평범한 성과를 가진 자를 해고한다. 국내 판례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보다 성과가 부족할 것'을 요구하는 바, 해고의 법적 정당성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키퍼테스트를 시행하고자 하려면, 두둑한 퇴직금은 필수일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를 함께 해야만 키퍼테스트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과 팀 전체의 성과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구성원의 퀄리티가 이를 좌우한다.


기준에 미치는 성과를 창출하지 못할 정도로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  

팀원 간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근무태도가 불량한 자,
모두 조직 차원에서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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