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스가 HRBP 포지션을 집중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관련해서 토스의 HRBP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영상이 두 편 공개되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웠다. 토스 HRBP는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토스 HRBP를 꿈꾼다면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할지에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영상을 보고 느낀 바를 간략하게 남겨볼까 한다.
세상이 정해놓은 방식에 '왜'라는 의문을 던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관행에 유난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하는 회사가 있다. 남다른 성취를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이야기다.
토스는 국내 IT 스타트업 중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이다. 토스는 탁월한 제품력으로도 유명하지만, HR 관점에서도 독특한 조직문화로 이름이 높다. 나도 HR을 하는 사람으로서, 토스의 HR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회사는 승진/평가/보상 기능 단위로 운영하는 것에 비해, 토스는 직급도, 승진도, 평가도 없고, 대부분의 HR 기능 단위 담당자도 없다. (단, ER/시스템 등 특정 직무에 한해 CoE를 운영함)
대신 토스는 HRBP(Human Resource Business Partener) 직무를 운영한다. HRBP가 담당조직의 최고인사책임자로서, 특정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HR 전반에 대한 기획 및 운영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토스의 HRBP는 어떤 일을 하는가?
토스 HRBP의 업무는 '사람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한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토스 HRBP에게는 상부에서 지시하는 일, 소위 수명 업무가 없다고 한다. 업무의 정해진 범위 없이 본인의 자율과 책임 하에 스스로 일을 찾아서 수행한다는 것이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결국 본인이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통상 HR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조직을 진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HR컨설팅에서도 직원설문조사, 임직원 인터뷰 등이 모든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실제로 토스 HRBP는 본인 업무의 2~30%를 구성원과의 1on1을 수행하는 데에 할애하며, 주기적으로 서베이 등을 실시하며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문제 정의가 이루어졌다면, 다음은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이다. 토스는 HRBP가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와 얼라인된 마인드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특히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핵심적인 비즈니스 input을 관리하는 것이 HRBP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HRBP는 효과적인 소통, 협업 촉진, 조직 몰입 등의 HR 이슈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편,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는 Business Partner로서 HR 관점의 의견을 적절히 제시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토스 HRBP는 ① 스스로 조직을 진단하며 HR 문제를 정의하고, ② 비즈니스와 얼라인된 해결책을 고민하는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HR 컨설턴트가 일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토스의 HRBP는 어떤 사람들인가?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들이 토스 HRBP로 일하고 있을까? 영상을 보며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토스 HRBP들이 토스를 선택한 이유들을 보며 이렇다.
"회사에서 정해져서 당연하게 하던 일을 바꾸고 싶었다"
"일을 하면서 선을 넘고 싶어, 선을 넘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았다"
"Operation만 하다 보니 성장을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한 가지 기능만 하는 것보다 다양한 영역의 제네럴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점은 '선을 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일의 깊이 측면에서는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개선하고, 실행하고, 책임지고 싶어 한다. 일의 넓이 측면에서는 한 가지 영역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해보고 싶어 한다. 깊이와 넓이 어느 방향이든,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 이상의 경험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이 기존에 해오던 일, Comfort Zone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Comfort Zone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이른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Carol Dweck의 이론에 따르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① 기존의 것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② 장애물을 마주했을 때 좌절하지 않으며 ③ 노력을 통한 성취에 큰 보람을 느끼고 ④ 비판과 피드백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⑤ 성공한 타인을 질투하기보다 교훈을 얻는 사람들이다.
이 내용은 영상에서 토스 HRBP들이 하는 말과 그대로 연결된다. “제가 낸 제안에 아무도 챌린지를 안 하면 불안해요”, “동료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항상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똑똑한 주변 사람들에게 자극을 많이 받고 학습할 수 있어요".
확실히 토스는 성장 마인드셋을 갖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을 토스 HRBP로 뽑으려 하는가?
토스 고유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은 높은 인재 밀도를 확보해야만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알기 때문에 토스도 fit이 맞는 인재인지 철저하게 검증하려 할 것이다.
Culture FIt의 측면에서 “토스의 유난한 일하는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고, 잘 맞지 않는 사람이 가면 오히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일반적인 회사의 기업문화는 너무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 하는 사람들, 아무리 숨기려 해도 튀어나오는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사람들이 토스에 가야 정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시켜서 하는 업무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은, 주도적으로 일을 하라고 하면 힘들다. 나는 남들이 시키는 일만 하는 게 답답하다 하는 사람들이 토스에 가야 한다. 피드백을 자꾸 받고 싶고, 챌린지를 받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토스에 가야 한다.
한편, Job Interview는 얼마나 다양한 기능을 경험해 보았고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제한된 영역이더라도 자기가 하는 일의 영역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았는지,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고 개선해 보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사실 정말 일 잘하는 사람들은 경험이 없어도 지식이 없어도, 깊게 고민하는 태도와 탁월한 문제해결력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토스는 전형적이지 않은 창의적인 인사를 할 수 있는 곳,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을 찾고 도전할 수 있는 곳, 수많은 경험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무궁무진한 업무범위와 남다른 동료들이 있는 토스의 HRBP 포지션은 커리어에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