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가운 오늘

by 이경민

뒤척이며 겨우 일어납니다.

네모난 캘린더를 빼곡히 채우고, 뾰족한 모서리들이하루를 찌르지 못하게 멋대로 모양을 바꾼 다음, 방 한편에 아침의 자리를 내어줍니다.


고르지 못한 길을 바르게 걷고, 갈림길에 익숙하지 않은 걸음을 견디다가 가끔은 흐트러져 겸연쩍은 발자국을 남기기도 합니다. 가까이하던 것들을 뒤로 보내 높게 쌓아 그늘을 만듭니다.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을 풀고, 여유와 나태의 경계를 허물며 조용히 볕뉘를 바라봅니다.


하늘이 물들어 끝자락에 닿을 때, 그늘을 등지고 섭니다. 모든 것이 아득히 보이는 높은 곳에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채우지 못했던 것들을 채웁니다.


눈을 비비고 흐려진 것들을 다잡아 선명함으로 다시고개를 듭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행복들을 한 움큼 잡아 고이 접어 하루의 책갈피에 끼워 놓습니다.


결국 달가움으로 마무리된 어지러운 오늘은, 건조할지도 모를 내일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래서 내일이 오기 전, 몇 번이고 오늘을 다시 펴 읽으려 합니다. 그리고 망가지지 않게, 꼭 안고 잠들려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접어 내일로 내 마음을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