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조각 걸어 나가기
타인에게 기대어 힘이 되어주고, 또 그들로부터 힘을 얻으면 참 다행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스스로 자생하길 바라는
욕심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은 따뜻하지만, 그 온기 없이는 서 있지 못하는 제가 되긴 싫습니다.
이건 인류애를 잃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먼저 나를 사랑하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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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결핍의 시대인 듯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각져서, 서로의 모서리에 찔리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둥글게 지내려 애쓰다 보면 오히려 찢겨나간 자리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려 합니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제 안의 결을 다독이려 합니다.
왜냐면, 저는 저를 사랑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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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그 물음을 오래 붙잡고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을 굳이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은 아마도 잠시 스쳐가는 공기의 온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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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 바빴고, 그 속에서 희비가 번갈아 드나들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제 하루를 대신 표현해 주는 듯하여 묘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고단한 하루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행복을 좇는 건 자연스럽지만, 행복의 모양을 억지로 정하려는 일은 이제 내려놓으려 합니다.
함께 웃는 가족이 있는 것도 행복이고,
조용한 공간에서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잠드는 시간도 행복입니다. 모양은 달라도 그 안의 평온은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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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저는, 가는 인연을 붙잡지 않고 오는 인연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맞지 않는 관계라면 굳이 힘을 빼지 않습니다.
결국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는 자리를 찾아 굴러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신념이 고집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저는 저의 세상 속에서 저와 맞는 갈퀴의 흔적을
찾아 조각조각 굴러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