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짜 쓰기 싫었는데...

정말 쓰기 싫었던, 보고서를 잘 써야 하는 이유를 쓰는 이유

by 이예지

놀랍게도, 보고서는 단순한 문서다. 어떻게든 길게, 어떻게든 재미있게, 어떻게든 자극적으로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기자 시절에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쏟아냈던 나의 원고와는 완벽하게 다르다. 짧으면 짧을수록 잘 썼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게 보고서라니, 이 얼마나 좋으냐는 말이다. 손가락이 부러지게 타자를 쳐대던 과거의 내가 개탄스러울 정도다.


보고서 작성의 중요성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다. '보고서 작성법'을 다룬 수많은 책에서도 제일 먼저 언급하는 게 이 '중요도'다. 뻔하디 뻔한 원론적인 말이라서 그런가. 어린시절 엄마가 퍼붓던 따가운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보고서 작성법을 다룬 글에서 '보고서를 잘 쓰는 게 왜 중요한지'를 빼놓을 수는 없지 않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그래서 더 중요한 '보고서 작성법'의 중요성에 대한 '뻔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보고서를 잘 쓰면 일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고, 일을 잘한다고 소문나면 초고속 승진은 물론, 스카우트 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경쟁사 대표들이 줄을 설 것이다. 실제로 보고서 하나로 승진도, 이직도, 심지어 결혼까지 성공한 사례가 있다. 내 주변 지인들이 성장해온 모습만 보더라도 '보고서를 잘 쓰는 행위'는 직장생활의 핵심 역량이라할 수 있다. (알고 지내던 안 친한 기자가 보고서 하나로 남들보다 5년이나 빠르게 승진했다. 그것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승진한 이례적 사례다. 부럽다.)


1970년, 아폴로 13호는 우주 임무 중 엔진 고장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었다. 공기도 없고, 감정도 없었을 어두운 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 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NASA의 엔지니어들은 신속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결책을 도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놀랍지 않나. 이 보고서는 단순한 기술 문서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지혜의 집합체였다.


결국, 아폴로 13호는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보고서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 도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 보고서는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니다. 우리가 매번 마주하는 도전과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길잡이고, 해결사다. 2008년 우리나라의 금융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작성한 재무 보고서가 그 기업의 위기를 예고했던 사례도 있다. 이처럼 보고서는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니까 잘 써야 하고, 잘 써야 하니까 제대로 알아야 한다. 보고서 쓰는 게 어렵다고, 대체 무엇을 써야 하느냐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칭얼거릴 시간이 없다. 당신은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

그렇다면 보고서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고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문서다.


말이 너무 어렵다.


쉽게 말하면, 보고서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가 정보를 통해 통찰을 얻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다.


아, 이것도 어렵다.


그러니까, 보고서는 상사를 ‘설득’하는 문서다. 나의 머릿 속에 엉켜있는 수만가지의 생각과 정보를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상사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한다. 다시 말해 보고서는 단순한 정보 공유에서 벗어나 의견과 주장에 대한 근거를 통해 상사를 설득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보고서'라는 용어가 왜 '보고'와 '서'의 결합일까. '보고'는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서'는 그 정보를 글로 남기는 과정을 뜻한다. 그러니까 보고서는 정보를 통해 상사가 새로운 시각을 얻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상사의 선택을, 그 선택으로 인한 조직의 성장을, 그리고 성과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잘 쓴 보고서고, 잘 쓴 문서다.


사족이 너무 길었다. 다 필요 없다.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휴가는 길면 길수록 좋고, 보고서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