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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나무 Feb 16. 2024

시고르 자브종 누렁이의 브런치 훈련소 입소기

    나는 두 달 된 시고르 자브종 누렁이다. 이 세상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어느 날 우리 집 할머니랑 장터 구경 나가는 줄 알고 신나서 따라 나왔는데  할머니는 나를 커다란 시장바구니에 넣어 놓으셨다. 구경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온종일 바구니에 갇혀 있었다. 해 질 녘 어떤 예쁜 아줌마가 다가오더니 내가 포동포동 귀엽다며 나를 이만 원에 사서 품에 안아주셨다. 참 예쁜 아줌마였다. 


   "이제부터 내가 엄마야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집은 마당에 커다란 무화과나무랑  아카시아 나무랑 장미꽃나무가 심어진 작은 집이었다. 그 집에는 예쁜 언니도, 착하게 생긴 오빠도, 나만큼이나 귀여운 동생도 있었다. 모두들 나를 품에 안고 뽀뽀도 해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맛있는 밥도 주고 밤이 되자 서로 나를 껴안고 자겠다고 가위바위보를 한다.  "아~! 내가 너무 귀엽게 생겼는가 봐"


 모두들 새근새근 잠든 깊은 밤, 시골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우리 진짜 엄마랑 언니 오빠가 보고 싶다...


  새로 도착한 집은 넓은 유리창이 있어 햇빛 쏟아지는 마루에서 낮잠을 자거나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상추랑 가지가 자라는 텃밭에서 땅파기 놀이도 재밌고 이곳에서 만난 언니 오빠들은 내가 앉아! 손! 엎드려! 만 해줘도 천재라며 쓰다듬어주고 맛있는 간식도 준다. 난  이곳이 너무 좋다.


   어느 날 예쁜 엄마랑 아빠가  브런치 훈련소라는 곳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이곳에서 열심히  훈련을 잘 받아야 멋진 개가 될 수 있는 거야. 누렁아 너도 훌륭한 개가 되고 싶지?" 

"끙~"... 난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몰라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먼저 이곳에서 훈련을 받으려면  몸무게를 재야 해!" 

"저기 문을 밀고 들어가면 몸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을 거야, 저울에 올라가서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면  훈련사님이 알아서 몸 무게랑 키를 재어주실 거야" 

" 또 키를 잴  때는 까치발을 들거나 움직이지 말고 똥꼬를 기둥에 바짝 대고 서 있어야 해, 할 수 있지?"

"끙~"   조금 무서웠다.  왜 이런 걸 내게 시키는 거야, 난 멋진 개 안되어도 되는 데...

등 떠밀어주는 엄마를 뒤로하고 용기를 내어 문 앞에 섰는데, 분명 엄마가 밀고 들어가면 된다 했는데 아무리 밀어도 문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잠시 후, 나는 밀지도 않은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검정 모자를 쓴 아저씨가 나오신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나를 보시곤 가볍게 나를 안아 올려 문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그곳에는 티브이에서만 보았던 윤기 좔좔 흐르는 긴 털을 흩날리며 우아한 걸음걸이를 뽐내는 아프칸 하운드 언니도 있고 하얀 털과 긴 다리를 가진 늠름한 진돗개 오빠도 있고  뽀송뽀송 털을 가진 귀여운 포메라니안 할머니도 계셨다. 내 곁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이 무섭게 생긴 독일 셰퍼트 아저씨도 있었다. 모두들 너 같은 애가 여기에 왜  온 거니? 하며 의아하다는 듯 쳐다본다. 우리 엄마랑 구경 온 거예요 말해주고 싶은데 아무도 묻지를 않는다. 무서운 곳이었다.  

   

    검정 모자 아저씨는 체중계에 나를 올려놓으시며 "음~  6.4킬로, 이번에는 키를  한번 재어 볼까"

 나는 엄마가 가르쳐 주신 대로 신장기에 올라섰다. 엄마가 가르쳐 주신 대로 똥꼬를 기둥에 붙이고 가슴을 폈다.

아저씨는 무표정하게 " 한번 짖어 볼래?" 하신다. 훗~ 짖는 것쯤이야 "까아~웅" 난 크게 짖었다.

" 잘했어 좀 더 크게 짖어볼 수 있겠니?" 이 목소리가 작다고? 우리 집에서는 언니 오빠들이 요 정도만 짖어도 쪼끄만 녀석이 무슨 목소리가 이렇게 크지 하며 웃어주셨는데... 그렇다면 "꺄아 아~~ 웅!" 있는 힘껏 짖었다.  

"이제 내려와도 좋아요!" 하시며 미소 지으신다. 이제 시험 끝났나 보다, 안심이 되었다. 


   검정 모자를 쓰신 아저씨는 나를 안아 올려 엄마 아빠가 기다리시는 곳으로 데려다주셨다.

"누렁아! 밥도 많이 먹고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용감하게 컹컹 짖고 재미있게 지내다가 좀 더 크고 멋진 언니가 되면 그때 다시 만나자!" 아저씨는 나의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인사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식사 시간,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는 브런치 훈련소 이야기를 나누신다. 

언니 오빠들은 "괜찮아 그 사람들이  우리 누렁이를 못 알아보는 거야, 이리 똑똑하고 예쁘고 목소리도 큰 누렁이를 말이야! 그렇지~!"  아, 내가 떨어진 거였구나, 좀 무서운 곳이긴 했지. 난 이 세상에서 우리 가족이 제일 좋다. 하지만 살짝 서운하네. 좋다 지금부터 밥도 많이 먹고 우사인 볼트처럼  뛰 뛰도 하고 누가 오면 세상 제일 무서운 강아지처럼 짖기도 하고 텃밭 구덩이도 열심히 파서 멋진 강아지가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그런데 할두 둘째 조카님! 이지니 작가님! 나 심통이 조금 나니까 나 대신 가셔서 브런치 검정 모자 아저씨 한 대씩 쥐어박아 주시면 안 될까요? 치! 나도 안 뽑아주고~"

다음날 엄마와 아빠는  브런치 훈련소 검정모자 아저씨를 찾아가서 정말로 한 대씩 쥐 박아 주셨을까?... 아니며 맛난 육포를 한 움큼 건네주셨을까? 검정 모자 아저씨가 나보고 브런치 훈련소에 들어오라고 하셨단다. 무섭긴 한데 내 꼬리가 자꾸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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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 6주 과정 마치고 브런치에 들어온 어리둥절 내 모습이 어미젖 막 뗀 누렁이를 닮은 것 같아 보여요. 아직은 쌀알 같은 이빨 자랑하며 어미 곁에서 잠자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무서운 브런치에 들어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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