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꼽고 아깝다

귀엽고 아깝다.

by 밴뉴

엄마 아빠보다 한 강산 정도 앞서 연세드신 아줌마 아저씨가 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나를 아시는 분들이다.

버지니아 비치에서 지내던 시절에 만나게 됐었는데 우리가 한국으로 떠나던 날 알고보니까 엄마의 사촌 언니 오빠와도 친하게 지내셨던 아줌마이셨다는 사실에 내적 친밀감이 더 높아진 채로 우리는 한국으로 이사를 다시 왔고 그 이후 나는 마음 터놓고 힘들었던(?) 한국 입시 생활의 애환을 아줌마께 이멜을 보내드렸다.


구구절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죽 이메일에 털어 놓고나면 일단 무언가 쏟아 낸 것 같은 후련함에 입시 스트레스는 풀리고, 또 나름대로 근황토크 시간도 돼서 아줌마도 반가이 읽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학에 올라갔을 때도 박스 한 상자 미국에서부터 한 가득 coach가방을 담아 사 보내주셨고, 한국에 오실 때면 엄마는 못 보고 가셔도 나는 꼭 만나 주시고 가셨다.


석사하러 다시 온 미국에서는 시간이 나는 즉시 아줌마 뵈러 버지니아 비치로 달려갔었고, 아줌마 댁에서 아저씨가 내어주시는 귀한 와인과 고급 술을 홀짝 홀짝 얻어 마시며 또 미주알 고주알 그 동안 사는 이야기, 또 내 생애 참 웃기고 기막힌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도 보냈다.


그러고 박사를 하러 뉴욕으로 이사 온 이후에는 자주 찾아 뵐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없어졌고, 그 후 결혼, 출산, 코로나를 겪으며 한 동안 못 뵀었다.


그리고 9년 후 만나게 됐을 때에는 "지난 번에는 혼자 왔는데 이번에는 '방울'달고 왔어!"하시며 이제 5살이 된 딸을 너무나도 이뻐해주셨다. 좀 빨리 와서 몰랑 몰랑 아기아기 했을 때 데리고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늘 작년, 제 작년 아이 사진을 보며 '저때만해도 아기였다' 싶고 너무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아까움이 든다. 그런데 이번에 9년만에 뵌 아줌마 아저씨를 뵈며, 갑자기 내 주변에 계시는 어른들과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라나는 아이는 아꼽은 만큼, 늙어가는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내 모든 아줌마 아저씨들과의 이 시간도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