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꿰는 실에 초를 먹이는 방법.

바느질에서 삶을 배웁니다_1.

by 두잉씽킹

칼을 벼리는 것.

작업에 앞서 누군가 무뎌진 연장을 벼리며 날카롭게 다듬는 것을 보면 흔히 '그 친구 본격적으로 마음먹었구먼.' 할 것이다.

실에 초를 먹이는 것.

이 역시 바늘 쥔 자의 '본격적으로 마음먹음'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행동이다.


하나의 실이 천 위에서 여러 땀을 오가다 보면 실 하나에 엮인 새끼 실들이 풀어지다가 이내 꼬여버린다. 바느질 난도는 급 상승한다. 꼬여버린 실은 시원스럽게 천을 가로지르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매듭을 멋대로 만들어 더 이상의 진전을 방해한다. 스무스한 바느질로 오늘의 목표치를 달성하고 말겠다는 규방러라면 필히 해결해야 할 난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실에 초를 먹인다.


실을 몇 가닥 자른다. 적당히 한 번 바늘귀에 꿰어 사용할 만큼의 길이만.

대략 40cm 정도의 실 한 가닥을 들고 초(양초든 왁스든 뭐든) 표면을 몇 차례 오간다. 그렇게 서너가닥의 실에 초를 먹이고 나서 나란히 한지 사이에 끼워놓는다. 은근한 온기가 있는 다리미로 한 두 번 밀어준다. 이것이 실에 초를 먹이는 것이다.


그렇게 초 먹은 실은 다르다. 뻣뻣하고 까스락져서 더 이상 부들하지 않다. 쉽게 풀어지지 않고 올곧다.

'본격적으로 마음먹은' 규방러는 그렇게 실에 초를 먹이며 다음 도약을 다짐한다. 도약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한 땀 한 땀이 모인 땀 범벅을 다짐하는 것이다.


하루를 살아내기에 앞서 실에 초 먹이기 같은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면 나의 한 땀 한 땀도 꼬임 없이 스무스해질 것 같다. 단단히 마음먹은 채로 시작할 수 있어서 한 땀 한 땀이 조금은 쉬워질 것 같다.


그것이 명상이라는 사람도 있고, 러닝이라는 사람도 있더라. 아침식사라는 사람도 있고, 단어 외우 기라는 사람도 있고. 무엇이 되었던 엣지가 살아있고 올곧은 하루치 실을 장만할 수 있기야 하다면 좋겠다.

바느질을 하며 내 하루를 꿰는 실에 짱짱히 초를 먹이는 방법을 찬찬히 궁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