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면서도 서울 사람이란 생각이 거의 없었다. 한켠에 나는 늘 촌놈이야, 란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산을 그리고, 시냇물을 그리고, 새를 그리고, 산골마을을 그리고,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그렸다. 마음으로 수용되지 않으면 그림으로 표현이 되질 않으니 어쩔 수 없다.
헤아려보면 이제 서울서 산 세월이 더 많다. 의도적으로 도시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 도시는 불빛이 너무 많아 밤하늘의 별빛을 모두 삼켜버렸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도 그림에서 실현할 수 있다. 자동차, 빌딩 숲에도 아랑곳없이 별빛이 총총한 도시의 풍경이다. 이런 풍경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지 마시라.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