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길게 이어지는 동안 삶이 고온다습했다. 지구 밖으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 어떤 이들은 유유자적 음풍농월하면서 사는 줄 알지만 오히려 반대다. 번잡한 세상일로부터 도망치기 좋은 곳이 그림이다. 그것을 하는 동안 무념무상에 빠질 수 있으니 좋은 도피처이기도 하다. 화면에 창조한 아름다운 이미지나 동심의 세계 속에서 삶의 환멸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고,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낮과 밤이 어울어져 하루가 되듯이 인생도 어둡고 밝은 기운이 뒤엉키면서 흘러가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