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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Oct 05. 2023

은지화 그리기 강습 ㅡ첫째날

망우역사몬화공원

서울에 산 지 30년이 넘었어도 못 가본 곳이 천지다. 망우역사문화공원도 마찬가지다. 여기로 내 발길을 이끈 건 이중섭. 그의 무덤이 여기 있는 줄은 알았으나 와본 건 처음이다.

대향 이중섭은 만 40의 젊은 나이로 작고했다. 말년에 정신착란에 시달리고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릴 만큼 궁핍했다.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홀로 쓸쓸히 눈을 감았을 땐 아무도 시신을 거둘 사람이 없는 무연고자로 처리되어 이틀 동안이나 병원 영안실에 방치될 정도였다. 시신은 화장되어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혔다. 지금은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되어 둘레길을 산책 삼아 오가는 사람로 북적인다.

이곳에 묻힌 예술인은 비단 이중섭만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들이 적지 않다. 그 때문일까? 올 가을 공원 전시관에는 <시대의 예술, 망우에서 만나다>라는 주제로 추모전이 열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은지화 그리기 강습도 진행된다. 매주 목, 토요일 앞으로 10월 한달간 이어지는데 오늘은 그 첫 시간이다. 행사 담당자의 요청에 따라 이중섭의 작품을 그가 담배 은박지 그림에 썼던 기법 그대로 완성했다. 모두들 신기한 경험에 놀라워한다.

무덤가에 우두커니 앉아 상념에 잠긴다. 마지막 죽는 순간조차 불우했던 그가 살아 돌아와 이 강습을 지켜본다면 어떤 심정일까? 한 세상 서글프게 살다가 여기 외진 무덤에 누워있는 인생이 내 그림의 스승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엎드려 절이나 두번 올리고 나는 하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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