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화 미술 동아리
예전 기타 배울 때의 얘기다. 꽤 엉뚱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간혹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해서 주변을 뜨악하게 만들곤 했다. 그 친구가 어느 날 뜽금없이 음악이 뭔지 아느냐라는 질문을 주위에 던졌다. 아무도 선뜻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일정한 시간 내에 음을 조화롭게 조직해내는 거라고. 처음엔 다소 시시하다 여겼으나 곱씹을수록 탁월한 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예술 일반으로 확장하면 그대로 뜻이 통한다. 일정한 원고 분량 내에서 언어를 잘 조직해내는 게 문학이고, 일정한 시간 내에 영상을 잘 조직해내는 게 영화고, 일정한 앵글 속에 풍경을 잘 조직해내는 게 사진이고, 일정한 크기의 화면에 물감을 잘 조화시키는 게 바로 그림인 것이다.
이번 그림에서 조직해낸 것은 동양적인 문인화풍의 배경에 피카소의 큐비즘을 활용한 화면 구성이다. 굳이 말하자면 동도서기인 셈이다. 요즘 주로 쓰는 색이 블루인데, 푸른 색조가 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 낭만적 로맨스를 소재로 삼았다. 잘 보면 로맨틱을 넘어 다소 야하기까지 하다. 무거운 것도 무겁지 않게, 야한 것도 야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예술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끝으로 나도 잠꼬대 같은 소리 하나만 하자. 사람들이 아는 '키스' 명작에는 클림트의 키스가 있고,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의 키스가 있지만 이제부터 <달밤의 키스>가 추가될 것이다. 클림트의 작품이 애로틱한 환상적 분위기 연출에서는 단연 압권이고, 리히텐슈타인이 대중적 친근도에서는 앞서지만 시적 서정성과 은유적 상상력에서는 <달밤의 키스>가 단연 최고다. 남들이 동의를 하든가 말든가 나는 그리 믿는다. 내가 그리 믿는다는데 뭐 어쩔 거야. 난 자아도취에 빠진 내 그림 맹신도다ᆢㅋㅋ (* 웃자고 하는 얘기에 시비걸지 마시길^^)
* <달밤의 키스> - 2018년작, 호일아트(은지화), 30cm×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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