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이정훈.
책을 읽었다.
아니, 읽었다기보다는 느낀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작가의 하루를, 그가 남긴 발자국을 조용히 따라 걷는 기분이었다. 애써 채운 노력이라던가, 더 단정한 글을 위해 꾸민 흔적은 보지 못했다. 그가 버릇처럼 쓰던 말들이 형태를 입었을 뿐이었고, 그가 실제로 살아가는 하루가 꼭지 꼭지에 담겨있을 뿐이었다. 글은 고스란히 그였다.
5년 전 작가를 처음 만났고, 그 인연 덕분에 나 역시 글을 쓰는 삶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금은 그와 함께 일하고 글을 쓰는 동료가 되었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데 정해진 시간이란 것이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한 인류의 숙제라는 것을 생각하면, 타인을 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굉장한 오만인지도 모른다. 썩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의 삶, 그의 생각, 그의 철학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보통의 시선으로,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삶도 있다는 것. 누구도 떠넘기지 않은 타인의 삶을 책임이라는 무게로 짊어지고 사는 사람, 건져 올리고 싶은 삶이 많아 언제나 손이 부족한 사람,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까지 덩달아 버겁게 하는 사람. 그 마음이 고마워 또 애가 타는 사람.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 원고는 오랫동안 메모해 둔 것들을 모았습니다.
작은 일, 큰일 가릴 것 없이
마음에 걸린 순간들을 적어 둔 기록들이었죠.
그것들을 엮다 보니 기획 없는 기획이 되어 버렸습니다.
눈길을 걷다가 뒤돌아 보니 이리저리 헤맨 발자국들이 남아있더라는,
그런 구성입니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프롤로그 중
8년. 작가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타인의 인생을 책으로 엮고, 그들의 삶을 세상의 중심에 세우려 애를 쓰며 살았다. 그 시간 동안 수시로 마음에 차오르던 생각을 짬짬이 써둔 글이라고 했다. 이번 책은 그걸 모아 엮은 십 년 만의 산문집이라고 했다.
"슬픔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내 슬픔은 뒤로 밀려나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감정의 위계를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첫 번째 조건이
자신을 지우는 일이라는 것을, 그 무렵부터 알게 되었다."
"사랑의 시간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시차를 견디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나
그 이해가 필요했던 순간보다 늦습니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내용 중 일부.
마흔 중반의 한 사람으로서, 아들로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그리고 두 기업의 대표로서 무수히 중첩된 역할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그라고 제 삶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그라고 불안하지 않았을까? 현실 속 끊임없이 힘을 내고 또 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언제나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작가는 말한다. 강물이 바위를 끼고 돌아가듯, 불안도 삶과 더불어 흘러가는 것이라고. 불안을 인정할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평온에 이를 수 있다고.
분주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가는 끈질기리만큼 수시로 온기를 찾는다. 서늘한 오늘을 오래된 추억으로 다시 데우고, 생면부지의 팍팍한 타인에게서조차 기어이 모두의 삶을 읽어낸다. 이해할 수 없는 삶에서도 그럴만한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덮어두고 믿는다. 흘러갈 뻔한 순간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을 꿋꿋이 지키고, 그렇게 해서 그와 그의 사람들을 지킨다. 독자는 그가 삶을 살아내는 방식을 따라가며 절로 용기를 얻는다. 우리가 끝까지 의미를 찾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재차 확인하게 한다. 담담히 써 내려간 작가의 고요한 사유가 우리에게 공감과 감동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가 건네는 서툰 위로는 평범하지만 가볍지 않다. 그의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한 문장도 겉돌지 않고 깊숙이 들어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나를 넘어 우리를 말하고 싶게 한다. 툭툭 자꾸만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 탓에 수시로 책이 젖었다. 좋은 사람이 쓴 좋은 책을 가까이에 둘 수 있어 감사하다.
판매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 전 세계 언어권으로 수출되는 성과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기적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의 시간들이 만든 당연한 결과다.
책 한 권의 순위표일 뿐이지만, 나는 이 사진 속에서 많은 것을 본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가 끌어올려준 무수히 많은 삶들이 보인다. 그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이 책의 아래를 든든히 떠 받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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