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내 인생의 크로스워크 앞에 서 있다.
지난 토요일 밤, 넷플릭스로 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을 지켜봤다.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온 그들이, 팬들인 ARMY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 저들은 어떻게 저기까지 갔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내가 처음 그들에게 빠져든 건 꽤 오래됐다.
어느 날 우연히 흘러나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멋진 보이밴드의 뮤직비디오가 재미있어서 유튜브를 켰다가, 나는 그날 이후 기꺼이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었다. 한 편을 보면 다음 영상이, 다음 영상을 보면 또 그다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반가웠다.
그렇게 빨려 들어가다 마주친 영상 하나. CBS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의 인기 코너 '크로스워크 콘서트(Crosswalk Concert)'였다. 차들이 달리는 동안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 횡단보도로 뛰어나가 <Butter>, <Permission to Dance>, <Dynamite>를 전력으로 쏟아내고, 파란불이 켜지기 직전 인도로 쫓기듯 달려 들어오는 그들. 그리고 그 횡단보도 앞 차 안에서 선루프를 활짝 열고 몸을 내밀어 함께 소리 지르는 사람들.
나는 화면을 보면서 배시시 웃다가, 어느 순간 진심으로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마음껏 신나는 순간을 즐기고 싶다.'
나는 이렇게 흥겹고 에너지 넘치는 것들을 좋아한다. 저 상황에 내가 운전자라면 나도 몸을 선루프 위로 내밀어 호응하며 그 순간을 온몸으로 즐겼을 것이다.
<Permission to Dance>는 특별했다. 뮤직비디오가 좋아서 여러 번 반복해서 봤고, UN 본회의장 무대에 선 그들을 보며 마치 내가 뭔가를 이룬 것처럼 자랑스러웠다. 그러다 알고리즘이 또 영상 하나를 가져다줬다. 일본 직장인들이 <Permission to Dance>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었는데, BTS 무대보다 더 신났다. 춤 실력이 아니라 그 표정들이. 눈치 같은 거 없이, 그냥 춤을 즐기는 그 표정들.
그 영상의 영향일까? 최근, 오랫동안 마음속에 넣어두었던 걸 꺼냈다. 노래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 결국 보컬 트레이닝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어쩌면 굉장히 나다운 모습이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시도해 보는 것.
결과는 다소 현실적이었다. 일요일에만 시간이 되는데, 일요일은 휴무란다. 요즘엔 더 시급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핑계로 살짝 미뤄두었다. 하지만 마음에서 지우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한다' 리스트에 굵게 적혀 있다.
Permission to Sing. 허락은 이미 내가 나에게 해줬으니까.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해야 할 일들을 그래도 즐겁게 해나가려 했다면, 이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일하고 싶다. 그게 내가 지금 준비하는 이유다. BTS도 그랬다. 데뷔 초 방송 출연도 쉽지 않았던 그 날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연습실의 시간들. 그 시간이 쌓여 지금의 그들이 됐다.
올해 1월부터 나도 그런 시간을 쌓고 있다.
'Lia to the moon'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BravoReboot 콘셉트를 잡았다. 브런치에 도전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작가가 됐다. 지인들과 올해 함께 책을 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으로 또 글을 쓰고 있다. 어렵지만 AI를 공부하고,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아직 무대에 서기 전의 연습실 같은 시간이지만,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힘들기만 한 게 아니라, 하나씩 쌓이는 게 보여서 좋다.
<Permission to Dance>의 메시지처럼,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 나도 지금 내 인생의 크로스워크 앞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 중이다. 신호가 바뀌는 그 순간, 전력으로 뛰어드는 것. 설령 중간에 다시 빨간불이 켜져 잠시 멈추게 되더라도, 다음 신호에 또 뛰어드는 것.
데뷔 9주년 인터뷰에서 RM은 말했다. "BTS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오랜 직장 생활을 했지만, 나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퇴직 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누군가에게 닿는 그날이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일 것이라고 믿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지금 준비하고 있다.
가장 좋은 건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