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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식 Feb 16. 2023

연기 칼럼 III : 자의식 해체

이성식의 '연기수업' 中

 안녕하세요 연기강사 이성식입니다.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자의식 해체'는 저자의 연기 인생 중 평생의 과제이자 수업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될 단어입니다.

자의식의 해체는 무대에서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적용되며, '목적을 성취하는'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자의식'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배우는 단순하게 불편함을 넘어서 배우가 아니게 됩니다. 그토록 갈망하는 '자연스러운 연기'에 한 없이 멀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1. 자의식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문자 그대로 '자신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일종의 방어기제 이기도 합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자의식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자연스러운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의식은 강한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맹수의 시선을 의식하고 수풀 속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하고 또 부족 내에서 시선을 의식하여 시기와 질투 모함 등에서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첫 번째입니다.


 *자의식을 인지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무언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낄 때' '나만 알고 있는 결점이 들킬 것 같을 때' '누군가 앞에 서게 될 때' '누군지 모르는 상대와 이야기해야 될 때' 즉 우리 뇌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낄 때'입니다. 우리 뇌는 대본을 외우고, 연기를 연습하고, 무대 위에서 관객과 마주하며 느끼는 일련의 공포나 두려움을 마치 사바나 초원에서 맹수와 대면한 것과 동일하게 느낍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으로 인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언제 덤벼들지 모르는 맹수를 경계하며, 몸은 긴장으로 부자연스럽게 굳고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을 통해 몸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보는 '척'을 한다는 것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은 휴대폰을 실제로 보고 있었나요? 아니면 수많은 시선들 속에서 다른 일반인들 속에 숨어들기 위해 휴대폰 보는 '척'을 했나요? 


2. 자의식을 다루는 5가지 지혜

 자의식을 인지하게 된다면 우리 몸은 굳게 되고 배우는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주변에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물론 통상적으로 배우가 자의식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실제 5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만 당사자의 심리적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과 관계없이 스스로에게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장은 결코 오래가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무대연기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무대에 배우가 등장해서 관객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관객들은 사실 등장한 지 조차도 모릅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하거나 놀라게 됩니다. 몰입이 깨지는 것이죠. 내가 바라보아야  상대도 바라봅니다. 배우가 바라보아야 관객도 바라봅니다. 무대 위에서의 자의식은 '연기하는 나'를 의식하고 '관객의 생각'을 의식하게 만듭니다. 사실, 아무도 당신을 잡아먹지 않습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해를 가하지 않지만 마치 그럴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이건 자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합니다. 지금 해야 할 것은 하나뿐, 그저 바라보는 것입니다. 바라보게 되면 무언가 떠오르며, 그것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세 번째로 '있는 그대로 듣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언제나 잘 못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받아들여야 합니다. 너무 잘 들으려고 할 때, 우리는 잘못 듣게 되는 실수를 만들어 냅니다. 잘 바라보는 것은 사실 잘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잘 듣는 다면 또한 잘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듣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영어권에 속한 외국인과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영어 듣기를 배울 때에 새겨진 '잘 들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참아내는 것'입니다. 어색해서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순간,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버텨내야 합니다. 충분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스스로 괜찮아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근육은 이완되고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릅니다. 그때, 자연스럽게 그리고 넌지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더라도 머릿속이 온통 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면 도리어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집니다. 그저 바라보고 스스로 괜찮아 졌을 때, 나에 대한 의식과 상대에 대한 의식에서 벗어났을 때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상황이나 무대 위에서 내가 말한대로, 소리내는 대로 들리는 지가 아닌, 상대에게 내용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반대로 상대가 하는 말을 내가 잘 이해하고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확인 작업을 통해 비로소 우리의 뇌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인지하게 되고, 자의식 경보는 해제 됩니다.


 다섯가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일상속에서 혹은 무대위에서 그리고 삶속에서  '자의식 해체'를 경험 고 삶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며 비로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있는 온전히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곧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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