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1(월)

by 기노

나는 새벽 네 시에 산책하는 남자. 나는 너무 멋있는 남자다.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하드보일드한 남자.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아. 정말 무섭지가 않아. 새끼 곰이 튀어나와도 나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수 있어. 정말이야. 나는 연습했어. 말론 브란도를 흉내내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끼었으며, 필립 말로처럼 싸가지 없게 말하기 연습도 하고 나왔거든. 그러니까 다들 내가 무서워서 집 밖을 못 나오고 있잖아. 나는 걸었지. 무게중심을 낮추면서 말이야. 저기 놀이터가 보이는군. 여기에서 쳇 베이커가 트럼펫 한 소절 불어주면 정말 좋을 거야. 이빨이 몇 개 없어도 괜찮아. 단, 뮤트를 끼지 말 것. 감정을 절제하지 말 것. 나는 벤치에 앉아 있을게. 쳇 베이커는 미끄럼틀에 편하게 누워 있어. 하늘을 바라보며 낡은 트럼펫을 어루만지고 있어. 자, 이제 이 새벽을 근사하게 만들어줘. 단, 디지 길레스피한테 들키지 말 것. 빌 에반스가 피아노를 들고와도 무시할 것.

나를 바라보고 미소 짓지 말 것.

능청 부리며 혼자 센치해지지 말 것.

연주 도중에 코피 흘리지 말 것.

나보고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지 말 것.


연주가 시작되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듣다가 누워서 듣다가 코를 파면서 듣다가 모기를 조금 물리치다가 마침내 그네를 타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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