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처음, 어르신 수업을 못하다
선생님 얼마나 아프길래 수업을 못 오신대유?"
마을 학교 어르신 학생들이 전화가 왔다. 몸살 감기가 심해 몸이 많이 아프고 입이 다 헤져 물 삼키기도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실제 여행 떠날 엄두는 못 내는 1인이다. 핑계를 대자면 어르신 수업하고 가끔 초.중학교에서 북텔링 수업과 청소년 웰라이프 강의, 시 낭송 수업을 해서다. 수업 준비도 있지만 그사이 비는 요일엔 취미 생활을 하다 보니 시간 내기가 어렵다. 이러다 좋아하는 여행 한번 못해보고 늙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서울 사는 여동생에게 꽃 축제 투어를 하자고 제안했다. 동생은 흔쾌히 수락했다. 5년만의 여행. 설렜다. 첫 번째로 충남 태안군 코리아 플라워파크서 하는 세계튤립축제부터 시작했다.
▲ 태안세계튤립축제 태안세계튤립축제 에서 촬영
4월 26일 튤립 꽃은 절정이었다. 꽃들이 얼마나 싱그럽게 피어있던지 입에서 '와!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점심 먹는 것도 잊고 꽃에 흠뻑 취해 넋을 놓고 바라봤다.
분홍색,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보라색, 하얀색, 튤립 꽃 천지다. 황홀 그 자체다. 사람의 일생으로 보면 18세 소년, 소녀처럼 어여뻤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끝없는 튤립의 향연 속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핸드폰에 영상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았다.
▲ 태안 튤립축제 태안 세계 튤립 축제에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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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축제의 환상적인 꽃들의 향연이 내 몸 구석구석 남아있어 자꾸만 떠나고 싶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동생과 돌아오면서 다음 주 꽃 축제에 가기로 계획했다. 날씨 관계로 멀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멀지 않은 충남권에서 꽃을 보러 다니기로 했다.
꽃구경 잘하고 집에 돌아와 사흘이 지났다. 오슬오슬 춥더니 침을 삼킬 수 없이 목이 아팠다. 잠을 잘 수가 없게 배가 아팠다. 감기인 것 같아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 여덟 알이다. 약 때문인지, 몸살 때문인지 가슴부터 배까지의 통증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다른 병원에 갔다. 열은 36.8도인데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동시에 했다. 결과가 나왔다. 아뿔싸!
‘코로나19 확진’
링거를 두 개 꽂았다. 그동안 코로나 안 걸리고 살았다. 학습자 어르신들 모두 코로나 확진됐을 때도 무사했다. 마스크도 해제됐는데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니. 모든 일상이 멈췄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너무 아프다. 혀는 다 갈라지고 혓바늘이 돋았다. 입천장은 껍질이 다 벗겨졌다. 물을 삼킬 수도 없다.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병실에서 링거 맞는 중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일주일 격리’ 통보다. 수업을 모두 연기해야 했다. 다른 사람을 보낼 수도 없다. 코로나19 확진이라 말하니 학교 수업은 연기해 주었다. 어르신 수업이 문제다. 어르신들이 걱정할까 봐 사실을 알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반장님께 내일 수업은 아파서 못 간다고 학생들에게 전해 달라고 전화로 말했다. 어르신 학습자들이 아파서 어떻게 하냐고 전화가 왔다. 난 몸살이 나서 다음 주 금요일 날에 수업 할 거라고 말했다.
격리 해제 되고 이틀 뒤 금요일 바나나 한 박스를 사 들고 수업하러 갔다. 8년 동안 한 번도 수업을 거른 적이 없었다. 모두 벌떡 일어나서 어디가 얼마나 아팠느냐고 물으셨다. 솔직하게 코로나19 때문에 수업을 못 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럴 줄 알았슈. 선생님이 수업을 빠질 분이 아니어서 코로나 걸렸구나 생각했슈.”
죽을 만큼 아팠다. 난 밥해 줄 사람도 없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진이니 내 먹을 것은 내가 차리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남편이 하는 건 어설퍼서 남편 식사는 남편이 해결하고 나는 내가 해결하기로 했다. 그편이 훨씬 편하다. 몸무게를 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1kg 도 안 빠졌는데 코로나19 덕에 몸무게는 2kg 빠졌다.
5년 만의 행복했던 여행, 코로나19 확진으로 대가를 단단히 치렀다. 5년 만의 행복이랑 코로나19랑 무게를 달아본다면 후자가 더 무겁다. 그래도 행복한 추억은 남았으니까 여행은 잘했다. 코로나 앓는 동안 ‘어르신들 수업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