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닭의 발걸음, 병아리의 하루

by 강재훈

어릴 적 할아버지 과수원에는 닭이 스무여 마리 있었다. 배나무 아래를 돌아다니며 흙을 쪼아대던 닭들이었지만, 알을 품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알을 거두지 않고 기다려봐도, 닭들은 알을 낳자마자 둥지를 벗어났고, 둥지엔 식어가는 알만 남아있었다. 어미 닭을 따라다니는 병아리 모습은 그림책 속에서만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찾은 시골 이모 할머니댁에서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어미 닭 뒤로 조그만 병아리들이 쪼르르르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작은 발걸음 하나 하나가 너무나 또렸했고, 그와 동시에 우리 과수원에서는 왜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는지 다시 궁금해졌다.

아버지는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우리 과수원에 있는 닭들은 부화기에서 나온 애들이야. 기계에서 태어나 어미와 함께 지낸 적이 없으니, 알을 품는 법도,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법도 모르는 거지. 저 병아리들은 어미를 보면서 세상을 배울거야. 특별히 가르치지 않아도, 같이 지내면서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는 거지.”

우리 집 거실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도 자연스레 이 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 테이블이 시골집 마당이고, 내가 어미 닭이 되었다.

특별히 가르치고 훈계하지 않아도,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 책을 읽는 습관, 대화하는 방식들이 내 병아리의 하루로 전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