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달리기를 하다 보면 예고 없이 소나기를 만날 때가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순식간에 식고, 차가운 빗방울이 피부를 스치면, 호흡도 한결 가벼워진다. 온몸이 젖어도 불편하지 않고, 그저 비와 내 리듬에 몸을 맡긴다.
신발 안은 이미 물로 가득하다. 젖은 노면을 발로 디딜 때마다 신발 속 물이 퐁퐁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작은 분수처럼 리듬에 맞춰 튀어 오르는 그 모습이 재미있고, 발걸음을 더 경쾌하게 만든다.
비와 바람, 발구름 소리가 섞이면서 머릿 속이 점점 맑아진다. 잡념은 씻겨 나가고, 남는 건 달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뿐이다. 소나기 속에서 느끼는 이 리듬은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러너들의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