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바위에 남겨진 아버지의 사랑

by 강재훈

명절이면 나는 고향 울산에 내려가 태화강변을 달린다. 상류는 길이 좁고 울퉁불퉁해 겨울엔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설날에도 하류로 향할 생각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발끝이 상류를 향했다. 한참 달리던 중 ‘선바위 2.5km’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이름 하나가 오래된 기억을 깨우며 속도를 끌어 올렸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고, 아버지는 그 말에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가족과 선바위에 놀러가면 아버지는 이젤을 차려주시며 종이에 물감으로 풍경을 담아보라고 하셨다. 성인이 되어 일상에 지칠 때쯤, 풍경을 그리며 마음을 가다듬는 취미를 갖길 바라셨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아버지의 바램처럼 그림을 취미로 갖진 않았다. 대신, 달리기를 통해 지친 마음을 털어내고 에너지를 얻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선바위 앞에서 종이를 펼쳐주며 내게 건네고 싶었던 선물이, 달리기로 힘을 얻는 지금 이 모습으로 실현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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