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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아 Apr 18. 2022

은교산을 찾아서

믿을 건 역시 이웃 원장님이어라 




며칠전부터 목이 따끔따끔 아팠다.

침을 삼키면 따끔. 

어쩌다 가끔씩 마른 기침.



신속항원검사를 해봐도 음성이고

목이 따끔거리는거 외에는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없고

맥을 짚어봐도 이건 감기는 아니다. 

코로나는 아닌데 

자꾸 목이 따끔따끔하니 괜히 불안해서

은교산을 먹기로 했다. 




요즘 열심히 산다고

수면시간을 줄이고 아침운동을 시작했더니

피로감이 쌓여서 생긴 증상인듯 했다. 





한의원 안에 탕전시설이 되어있지 않고, 

탕전원에서 달일수 있는 최소수량보다는 적게 필요할 때는 

약국을 찾는다. 



요즘은 웬만한 감기 한약은 신약의 이름으로

약국에서도 팔고 있다. 

이 신약의 개발에 한의사들의 참여가 없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분노하고, 속상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실 편하다. 



내몸맞춤처방이 필요할때가 있고, 

그냥 증상에 맞춰 한두포 먹어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대량생산되어 먹기 편하게 환제로 나온게 손쉬우니까. 







한 약국을 찾았다.

은교산 달라고 했더니 약사님이 웃으며 말씀하신다.

은교산? 없지. 


은교산은 신약이 안나왔나- 했는데

요즘 코로나때문에 없어서 못판다고 하셨다.

주변 어떤 약국도 구하기가 어렵다고. 



 

직업병인지, 

왠지 양약은 먹고 싶지 않다. 

급성기 질환에는 사실 한약보다 양약이 효과적이고 필요하지만 

나의 목따끔거림은 급성질환이나 응급질환이 아니므로

끝까지 한약을 고집해본다. 







예전에 모임에서 한두번 인사나눴던 적 있는 한의사원장님이 계신 한의원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저번에 감기약도 한번 얻어먹은적 있었는데

이번에는 은교산 상비약이 있는지 여쭤봐야지. 





접수도 하기 전에 

데스크 기기를 손보고 있던 원장님이 날 알아봐주셨고, 

은교산있는지 여쭤보니

흔쾌히 챙겨주신다. 


상비약은 아니고 지인들 나눠주려고 달여놓으셨다면서 3일분을 흔쾌히챙겨주셨다. 

더불어 형개패독산까지. 


오. 





이럴 때는 원내에 탕전시설을 갖춘 한의원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약을 달여 먹을수 있다니. 

지인들 줄것도 챙겨줄수 있고. 



하루치든 3일치든 그때그때 달일수 있으니까 얼마나 편할까 좋을까 싶으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생각해보면 

나 어릴 때는 가정집에도 약탕기가 있었다.

일주일치였나 며칠분이었나 

적은 용량의 약을 달일수가 있었다. 




요즘은 그런 약재를 파는 데는 한정적이고

집에서 달여먹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은교산 두포에 나의 목따끔거림은 사라졌다. 





역시 한약은 짱이야. 

이럴 때 올라가는 나의 직업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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