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두막집으로 이사 왔습니다
저녁에 지인 두 명이 오두막집으로 놀러 왔다.
여름 해가 길어서 여덟 시 무렵까지도 날이 환했다. 전날 밤 나는 한치 낚시에 따라갔는데 뱃멀미만 잔뜩 했지만 갓 잡은 한치와 오징어를 몇 마리 얻어왔다. 혼자 먹기는 심심하니까 친구들을 불렀다.
오두막집에 도착한 두 여자는 탄성을 내지르며 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눈에 닿는 풍경마다 열심히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자그마한 내 오두막집은 단층 목조주택이었다. 집주인 목수아저씨가 직접 지었는데 천장이 뾰족한 거실 겸 주방에 침실 하나, 드레스룸, 욕실 그리고 널따란 데크가 딸려 있었다. 잔디 마당에는 마당개 두 마리가 살았다.
날씨 좋은 날이면 데크에 나와서 책을 읽었다. 밤에는 밝은 별들이 주렁주렁 보였다. 제주 중산간 귤밭들은 고요했고 인적이라곤 주인집과 내가 사는 별채 오두막뿐이었다.
제주에서 만난 여자 셋은 한치 물회와 오징어 통찜을 먹고 나서 환하게 불 밝힌 데크에 나와서 수다를 떨었다. 시내 다세대 주택에 사는 친구들은 잔디밭 마당있는 오두막집을 부러워했다.
나 또한 걱정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주인아저씨 아들이 열아홉살인데 나중에 별채에 살게 하고 나에게는 더 이상 세를 안 줄까 봐 불안하다고.
그러다가 문득, 언제 떠나야 할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의 일상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귤밭에 둘러싸인 서귀포 중산간의 오두막, 밤에는 별이 총총하고 아침이면 담쟁이덩굴과 물빛 수국 너머로 푸르른 수평선이 보이는 곳.
화창하게 갠 날엔 푹신한 솜이불 모양의 구름이 지붕에 턱 걸려있고 햇살 눈부신 날이면 마당의 풀잎과 꽃들이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