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복숭아빛 볼을 가진 반짝이던 청춘을 기억하며

by 나디아
멕시코 멕시코시티 꼬요아간 <프리다 칼로 생가>


고요한 동네였다. 꼬요아깐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던 오후,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 칼로 생가, 파란 집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줄이 꽤 길다.

이럴 때면 성격 급한 난 호흡을 길게 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이곳에 들어찬 다양한 색깔을 즐겨본다.

포니테일 금발 머리의 여자는 가죽점퍼를 입고 있다.

어떤 이는 끈으로 된 민소매 윗도리를 입고 쪼리를 신고 있다.

쨍한 파란색 배경 앞에 너는 너, 나는 나 우리 모두는 그렇게 어우러진다.

어머 저 여자는 이 날씨에 웬 가죽점퍼? 어머 저 이의 저 머리는 무엇?

이런 눈길은 물론 없다.

'관심 없음'의 다른 말은 '존중'이다. 그리고 '배려'.

이 사람은 추운가 보다. 유난히 그럴 수 있지... 누군가는 가슴속에 화산 하나가 터질 준비 중일 수 있고

뭐가 어떻단 말인가. 다 괜찮고 말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낯선 이에게 더없이 따뜻한 미소를 띠지만

그렇게 따뜻하고도 또 그렇게 관심 없던 사람들..

그래서 너와 나는, 우리는 자유롭다.

틀린 게 아니라 우린 다른 거니까.

그게 참 고마운 것이었다.

내 나이 스물여섯. 그래서 오래전 그곳에 첫발을 내디딘 이십 대 겁쟁이 청춘은 비로소 숨통이 트였던 것일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해 시월, 세르반테스 페스티벌을 한바탕 즐기고 귀가하니 우리 집주인 할아버지는 의자에 올라가 춤추는 나를 생중계 TV에서 봤다고 신나서 얘길 하셨다.


브라를 하든 말든 뭐가 어떻단 말인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이 당신을 아프게라도 했는가 칼로 도려내는 고통이라도 선사했는가.

익명이라는 커튼 뒤에 비겁하게 숨어 펄떡이는 심장을 난도질하는 칼을 휘두르는데 희열을 느끼며 사는

인생만큼 천박한 인생도 없다.

세상에 그런 당신만큼 못난 인생은 절대 없다. 참... 남의 인생에 관심도 많다.

아직도 지구 저 편엔 전쟁과 기아로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어가고

부정부패로 잘 먹고 잘 사는 이들은 곳곳에 그득하고

점점 우리를 위협해 오는 환경오염,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고

공들여 내놓은 정책을 악용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우리가 화 낼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은, 공들여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반복하여 귀를 기울일은

세상에 너무나 많다.

뉴스에서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라 자책한다.

유독 남의 일에 관심 많고 '다름'을 다양성으로 인정하지 않고 결국 논란거리로 낙인찍고야 마는.

결국 ‘너는 틀렸어. 너는 이상해.’ 울트라파워 에너지를 장착하고 거침없이, 두려움 없이 날갯짓을 한다.

그가 결국 사라질 때까지.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우리는 그냥 다 다른 건데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는 다 달라. 근데 예뻐. 너니까


"

신들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다시 잠을 자러 갔지.

이 신들은 세상을 만든 최초의 신들이 아니었다네.

하지만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었지.

신들은 색깔을 잊어버리거나 색깔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것들을 잘 간직할 방법을 찾았다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골똘히 생각하던 신들은 앵무새를 보았다네.

옳거니! 신들은 그 새를 잡고는 몸에 색깔을 칠하기 시작했지.

꽁지도 기다랗게 늘려 색을 칠해놓았지.

이렇게 해서 앵무새 과카마야는 색깔을 갖게 되었고, 세상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게 되었다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색깔이 다채롭다는 것과 생각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되었다네.

그렇게 해서 모든 색깔과 생각이 적절한 곳을 찾게 되면 세상이 평화롭고 살 만한 곳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말일세.

"

-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