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라 그곳에서 나는 울었네

2026년 1월 나콘랏차시마, 방콕 < 태국

by 나디아

정말 이것은 흡사 극기훈련이 아닌가, 혼이 나간 며칠을 보내고 나니 비로소 창밖이 보였다.

단체 생활, 평소와 달리 이른 시간임에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아침식사 시간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도 몇 가지 간단히 접시에 담아와 그러나 망고는 듬뿍, 먹고는 창밖을 내다본다.

이제야 보인다. 고요한 마을의 아침.

나는 태국 동북부에 위치한 나콘랏차시마, 어느 시골 마을에 와있다.

아침엔 닭이 울고 불빛이 드문 마을에는 밤이 일찍 찾아온다.

1월인데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꽃이 만발해 있다.

신기하고 예뻐서 그저 카메라를 들이댄 것뿐인데 한사코 사양을 해도 찍어주신단다.

찰칵, 뿌듯하게 폰을 돌려주며 한번 보라 하신다. 멋이라곤 1도 없는 단체복 차림의 내가 흐드러지게 핀 노랑꽃나무 앞에 서있다. 아주 어색하게.


더없이 뜨겁고 농도 짙은 1주일을 보내고 우리는 방콕으로 왔다.

아속역 그 미로 같은 지상 육교를 수많은 무리와 뒤엉켜 지난다.

아, 벌써 10여년 전이라니. 친구들과 방콕여행 때 이곳, 터미널 21에서 한바탕 난리 블루스였는데 기억나니? 사진 찍어 그녀들에게 보냈다.

추억 소환, 우리만 아는 '2014년 방콕 아속 터미널 21에서의 악어백 사건' , 주고 받는 메시지 안에서 그녀들의 만발한 웃음이 보인다.


배를 타고 아이콘시암으로 왔다.

이번 여행처럼 잘 먹고 다닌 적이 없다. 체력적으로 무척 고된 일정이었으니 보호 모드가 작동했던가 우리는 우리는 먹고 또 먹고 또 먹었다.

6층 레스토랑 존으로 올라와 추천받은 곳에서 꽤 비싼 팟타이를 먹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우리 입맛에 너무 달다.

내려와 쑥시암에서 우리가 고른 디저트는 바나나 로띠와 망고밥! 망고밥이 의외로 너무 맛있었고 다디단 연유를 따로 주니 아주 조금만 묻혀 먹으면 그만이다. 찰밥이 아주 쫀득, 바나나 로띠도 생각보다 덜 달아서 굿!

이제 마지막 디저트로 밀크티 하나 손에 들고 슬슬 보트 타러 나가볼까.

아이콘 시암 pier에서 오렌지 보트 탑승, 다시 보아도 또 예쁜 해 질 녘 왓아룬 뷰

이 시간을 포착하기 위해 시간을 잘 계산해서 탔다.

타티엔 선착장에 내려 왓아룬 뷰포인트에서 한참을 사진 찍고 놀다가 MRT 싸 남차이 역까지 걷는다.

걷다 보니 이곳, 여기가 유명한 또 하나의 왓아룬 뷰포인트라고, 아따 사람 많다.

인파 뚫고 전철역까지 걸으며 땀이 송골송골, 태국 시골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방콕 오니 덥다.

다시 아속역으로 와서, 호텔 근처가 바로 한인타운이니 한식으로 저녁을 푸짐하게 한상 맞이하고 호텔로 돌아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이번 태국행은 여행 아닌 여행 같은 여행 아닌 여정이었다.

방콕에서 4-5시간 떨어진 시골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아이들과 뒤엉켜 놀며, 시골마을 주민들과 두 손 잡으며 나도 모르게 얼굴 근육 다 풀려 자글자글 웃었고 제어하지 못하고 매번 눈물을 콸콸 쏟았다.

정말이지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 잔적 없는 빼곡한 일정이었기에 그토록 고즈넉한 그곳에서도 아침해를 바라본다던가 해 질 녘 산책을 한다던가 하는 여유는 없었지만 나는 매일 가슴이 뭉클하고 매 순간 울컥했다.


돌아왔다.

내가 떠나 있는 동안 혹한이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며 마스크를 단단히 여몄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따뜻했던 그곳, 눈물범벅과 함께 씻겨 내려간 찌꺼기들 그리고 나를 위로해 준 시간들

그렇게 채워진 마음에

찬바람이 스미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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