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의 양면성

잊히고 싶지만 잊히고만 싶지 않은 것

by 나디아

분명 좋아서 하는 일이다.

내 삶에 큰 위로와 위안이 되므로 봉사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그 무엇(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을 주말마다 담당하고있다.

그러나 주말 하루가 빼곡하게 차오르는 그 시간이 가끔은 너무 크고 무겁게 다가오곤 한다.

그 봉사 아닌 봉사의 자리에서 어떤 직책을 맡다 보니 말이다.

그날은 유독 관련 이벤트(?)로 바쁜 날이었고 또 오랜만에 엄마가 우리 집에 한동안 머물러 오시는 날이었다. 이 날이 다가올수록 이상하리만치 뭉근하게 그리고 깊이 스트레스와 부담이 몰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이고 내가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엄마를 맞이하는 일인데 나는 왜 이렇게 그날이 오는 게 겁이 나지?

근원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게 욕구의 양면성이 있다는 것.

일 말고(직업, 생업은 엄연히 대가를 받고 있으므로 그에 상당하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어떤 크고 작은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는 것은 자유인이고 싶은 나의 욕망에 많이 위배되기 때문일까. 다 벗어던지고 또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어느 누구도 나를 잣대로 평가하거나 함부로 뭔가를 기대하진 않겠지만 작은 무엇에 대한 책임도 다소 무겁게 인식하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텅 빈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무슨 일이 얹혀있는 주말, 이 시간이 몹시도 마음의 자유가 제한되는 느낌이다.

아 자유롭고 싶다.



양면적인 내 욕구

하나, 자유롭고 싶다. 어떠한 의무와 명명 지어진 책임의 자리에서 벗어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싶다.

주말, 짜인 틀 안에서 무엇인가를 수행하고 이끌어가는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자유롭게 훨훨 날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채 텅 빈 시간을 주체 못 한 채 흘러가고 싶다.

그러나 또 한편, 기억되고 싶다. 무언가를 해내며 감사함과 뿌듯함을 앞장서서 느끼고 싶다.

그 충만한 기운을 느껴보았으니 말이다.

존재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사용되는 것 그것은 우리 인간을 자존감 있게 세워가는 일 아니던가.

다 놓고 나면 허탈하진 않을까 하는 의문이 지금도 100프로 지워진 것은 아닌 채 난 그 자리에 서있다.


그토록 고통스럽게 바라봤던 그날 하루도 지나갔다. 그렇다 지나가지 않는 것은 없다.

그게 나의 유일한 위로였다.

괴로워도 슬퍼도 어떻게든 꼭 지나가..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말이다.

잊히고 싶지만

잊히고만 싶지 않은 것

그 양면성에 대하여는 아직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ps.

이효리가 그랬던가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기는 싫다"라고.






#양면성

#존재감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