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73주년이 되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이라는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가 개봉된 지도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영화는 맥아더(배우 리암 리슨)를 전쟁 영웅으로 미화한 작품이며, 상륙 작전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덕적도와 팔미도 등대에 침투한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주로 미군의 인천 상륙 직전의 첩보부대 활동을 다루고 있어 상륙 작전 때 무차별 폭격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양민들의 통한을 더 덧나게 했습니다. 원자탄을 퍼부어 싹쓸이를 하자고 주장하던 끔찍한 전쟁광 맥아더 장군을 영웅으로 미화하는 영화가 전쟁의 비극을 제대로 담아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상륙작전 때 불타는 인천항 실제 모습
맥아더는 멀찍이 앞바다 함상(艦上)에 앉아서 인천이 불바다가 되는 장면을 구경했으니 그 불구덩이 속에서 끔찍하게 죽어간 양민들의 참상을 볼 수 없었겠지요. 덕적도 영흥도에 침투한 특수부대가 등대를 확보하면서 주민 대부분을 먹염(흑도)으로 끌고 들어가 살해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 작전을 영웅적 쾌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장기판의 수를 읽듯 멀찍이 물러나 조망(眺望)하는 역사는 참 비인간적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자칫 우리네 삶을 승리와 패배 패러다임으로 각인시켜 사람들을 비정하게 만들까봐 걱정입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선상 맥아더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미군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이 120 건을 넘는다고 합니다. 미군이 비행기로 민가를 폭격할 때 주로 사용한 무기가 네이팜탄인데 이 폭탄은 끔찍하기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네이팜탄은 공중에서 1차 폭발하여 수많은 폭탄으로 쪼개져서 비 오듯이 쏟아져 내리는데 주변을 온통 불태워 잿더미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폭탄입니다. 이 끔찍한 무차별 살상무기가 한국전쟁에서 최초로 사용되었고 한국전쟁 때 사용한 폭탄의 양이 태평양전쟁 전 기간 동안 사용한 양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폭탄 한 발이면 작은 운동장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벽돌까지 녹아내렸다고 하는데 이 끔찍한 네이팜탄이 북한에만 150만 발 퍼부어졌고 도시 대부분이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다고 합니다. 미군은 양민과 군인을 가려 적법하게 공격할 의사가 아예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인천 폭격 장면
북한 전 지역을 초토화한 네이팜탄이 인천상륙작전에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미군이 인천에 상륙할 때 미리 정찰을 해서 민간인이 사는 지역과 군부대가 주둔한 지역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팜탄으로 무차별 폭격을 하여 월미도 주민 대부분이 불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월미도 주민 생존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위원회‘에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10일 날 새벽에 휘발유를 끼얹는 줄 알았어. 그게 네이팜탄이래. 그게 떨어지고 나면 완전히 불바다가 되는 거야. 비행기가 서쪽에서 떠서 북쪽으로 가는데 우리 동네만 폭격하는 거야. 그 옆에 미국부대는 놔두고. 그 다음에 기총사격을 하고. 나도 그 당시 팬티바람으로 기어 도망갔어. 낮에 도망갔던 사람들이 꾸역꾸역 왔지. 가보니 집이 다 탔어.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가족들은 다 죽은 거야. 자는 사람들을 모두 몰살한 거야. 우리는 몇 백 명이 죽었는지 몰라. 양놈들이 시신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렸지.”
월미도 주민이 겪은 인천상륙작전을 리얼하게 보여 주는 작품으로는 인천의 소설가 김명희의 단편소설 <붉은 해변>을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소설이긴 하지만 작가가 상륙작전 폭격 때 월미도에 살았던 주민들을 직접 만나 채록하여 쓴 작품으로 거의 리포트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진숙’은 어머니 ‘덕자’와 월미도에서 횟집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덕자’ 가족은 인천상륙작전 때 월미도에 살았던 주민으로 아홉 살밖에 안 된 오빠 ‘덕영’은 네이팜탄 화염에 불타 죽고 본인은 큰 화상을 입고 겨우 살아난 아픈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횟집에 자주 드나드는 ‘동만’ 할아버지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살이 뭉그러진 끔찍한 외모로 평생을 외롭게 살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끔찍한 경험을 온몸으로 했던 분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