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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Dec 12. 2022

마지막 20대를 앞두고

infj의 머릿속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나뭇가지

infj의 머릿속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나뭇가지


오랜만에 키보드를 잡는다. 결혼을 주제로 한 글을 브런치 북으로 묶어낸 후, 소소하게 무언가 달성했다는 느낌에 잠깐 휴식기를 가졌는데, 지금까지 다른 주제의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어 오늘은 소소한 잡담을 해보고자 한다.



(그냥 넣어보고 싶었던 평화로운 봄이 사진)






이제 20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되니 생각이 많아졌다.


평생 고등학생일 것만 같던 나는 우주의 순리로 인해 결국 스무 살이 되어 대학교의 문턱을 넘었다. 타지로 대학교를 간만큼 외톨이 생활을 각오하고 진학을 했는데, 다행히도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 빛나는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비록 전공 수업은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대학생활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였다.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외에도 여러 취미를 시작해보고 아르바이트로 직접 돈을 벌어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성인이 되어 자아를 찾는 과정이었을까?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많은 기여를 했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연애도 많이 했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연애도 많이 해보라는 언니의 조언 아래, 딱히 오는 사람 막지 않고 여러 사람을 만나 보았다. 어렸던 만큼 어리숙한 연애도 해보고 지금 떠올리면 학을 뗄만한 연애도 해보았다. 분명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성장통을 겪어가며 연애관이 점점 뚜렷해졌다.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사람을 싫어하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이 사람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눈이 길러졌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정말 다행인 일이다 :)



(이유 없는 봄이 자랑 타임 ㅋㅋ)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또다시 세상이 뒤바뀌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느꼈던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 직원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상하관계가 더 여실히 와닿았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뗀 사회초년생에게는 낯설기 그지없는 관계였지만 점차 익숙해지려고 노력해보았고, 노력으로도 안 되는 관계라면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나자 그제야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집과 가까운 적당한 회사를 다니고 싶었는데, 막상 그게 이루어지니 업무도 적성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 이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한 만큼 관련 업무를 찾기로 결정했다. 그와 더불어 나이가 들기 전에 서울에서 한 번 살아보라는 지인들의 조언에 서울에 위치한 마케팅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20대 중반,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2년간 자취도 해보았지만 본가에 돌아갈 기약 없이 홀로 살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다만 외로움을 느낄 틈은 없었다. 남자 친구가(지금의 남편) 눌러앉아 같이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이었던 게,  남편이 없었으면 2년간의 서울살이를 버티지 못하고 진작에 본가로 돌아왔을 수도 있다.


반짝반짝 거리는 서울의 거리에서 회사를 다니고 인기 있는 맛집과 이쁜 카페를 매일 갈 수 있는 것도 분명 즐거웠지만, 태생이 유유자적한 시골에서 자라온 터라 문득문득 지치기도 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번화가와 콩나물처럼 사람들이 잔뜩 끼여있는 대중교통은 내 온몸의 기를 빨아들이는 듯하여, 말 그대로 기력이 쇠할 때가 많았다. 그렇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자취방에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고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 또한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렇게 2년간의 서울살이를 끝으로 결혼에 골인하여 본가 근처에 신혼집을 차리게 되었다. 서울살이에 지치기도 했고, 이제는 부모님과 가까이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60이 넘어간 부모님의 나이와 나보다 적게 남은 시간이 점차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살면서 이런 부분을 신경 쓰게 될지 몰랐는데 나도 정말 나이가 들었나 보다 싶었다.





결혼을 하고 주변 환경이 다시금 변하자 내 자아도 다시 한번 바뀌었다. 인생의 대소사인 결혼을 하면서 내 가치관과 생각도 좀 더 뚜렷이 자리 잡혔다.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한 대목에 들어섰다는 그 느낌은 나의 생각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앞으로 어떻게 살아갔으면 하는지.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원하는 것도 뚜렷해졌고, 그런 내 옆에 인생의 동반자인 남편이 함께한다는 사실도 참 크게 느껴졌다.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 느낌.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싶었다.


다만 자아가 바뀌고 주관이 뚜렷해지면서 주변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기도 하였다. 나 스스로 연락하기가 멈칫거려지는 지인들이 생겼고, 반대로 나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인연들도 생겼다. 지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있지만 결국 무언가로 묶이지 않은 이상 평생 함께 할 수는 없는 인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말로 정의하자면 시절 인연이라고 할까. 그때그때의 내 상황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오래된 인연만이 소중하고 좋은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님을 안다. 만난 기간이 어찌 되었든 어떻게 만났든,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면 모두 소중한 인연이다.






요즘은 휴식기를 가지며 또 다른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노력을 하면 어떤 형태로든 그 보상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비록 원하는 보상이 아니더라도 결국 나의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나의 믿음처럼 모두가 노력한 만큼 받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이상 생각이 참 많은 infj의 잡담이었다. 모든 분들이 남은 2022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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