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내게 남은 25번의 계절>, Benedictus
문장과 선율이 머무는 스물다섯 번의 기록.
이 연재는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해,
그 여운을 음악과 함께 다시 건너가 보는 시간입니다.
작품을 소개하기보다,
그 곁에 잠시 머물며 마음의 결을 살펴보려 합니다.
오늘, 그 첫 장을 엽니다.
책이 남긴 여운을 한 곡의 숨결에 걸어,
다시 같은 시간을 건너가 본다.
책의 겉표지를 덮으며 계산해 본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왔을까.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계절은 몇 개나 남아 있을까…
계. 절. 의. 수.
참 신선하다 못해 경이로운 충격이다.
우리는 보통 소중한 것을 ‘숫자’로 증명하는 데 익숙하다.
우리의 사랑은 인스턴트가 아니라고 말하듯
서로의 사랑이 이만큼 굳건하며 변함이 없다는 증명서처럼 연애나 결혼 기간을,
또 누군가는 아이가 우리 품에 온 경이로운 시간을 기리며 기록한다.
시간은 늘 ‘며칠째’로 기록된다.
그런데 연도도, 개월 수도 아닌
계절의 개수라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계절이 주는 시공간 감각은
참 묘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하루가 지나는 시간의 빠르기보다
계절이 주는 시간의 속도감이 확실히 체감이 크다.
이 책은 시간을 무엇으로 기억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은 어떤 단위로 남게 될지를 묻는 듯하다.
다 읽은 후에 나는 시간을 바라보는
감각 자체가 바뀐 듯하다고 할까…
조금 더 느려지고, 조금 더 낮아지고,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시간을 더 붙잡으려 하기보다,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통과할지 생각하게 된다.
Benedictus…
이 곡이 떠오른 건
아마도 그 질문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주할 계절의 수가 줄어든다 해도
삶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밀도가 높아진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의 속도로도 충분하다고,
평온하게 풍경을 느끼면서 천천히 통과하라고…
이 선율은 우리에게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축복을 건넨다.
이 글에서 함께 들은 음악
Benedictus – 2 Cellos
https://youtu.be/f_RjlIPuqyc?si=K59xCY5uPuK1ml1O
읽은 책
<내게 남은 25번의 계절>
Reading · Listening · Staying
. . .
다음 편: 02.떠남이 일상이 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내게남은25번의계절 #Benedictus #문장과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