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여행의 이유>, 출발
지난 글에서 시간을 계절의 개수로 세어보았다.
그렇게 헤아리던 시간은,
결국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오늘은 한 권에서 떠오른 감각을,
한 곡의 리듬에 나란히 두어본다.
여행은 글자만으로도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생각은
다가올 일들을 미리 반짝이게 하고,
떠나기 전의 마음은 이미 여행 중에 있다.
그래서, 여행은 늘 설렘과 기대감,
흥분을 품은 마법의 단어다.
그런데, 이 책은 익숙한 경쾌함으로 내디딘
여행의 가벼운 첫걸음이,
어느 순간 몸에 밴 삶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진중한 시선의 여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이동을 넘어,
결국 ‘나’라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우회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시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1월 1일
1년짜리 조금은 긴 여행을 떠납니다.”
— 나태주, 「원점」의 일부
나태주의 시 「원점」은
우리의 하루하루를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작은 여행의 반복으로 바라본다.
떠나는 일과 돌아오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것,
여행은 특별한 날의 사건이 아니라,
하루하루 반복되는 생의 리듬이라고.
한편, 떠나는 설렘과, 떠나야만 하는 이유의
표정이 함께 담긴 노래
김동률의 출발.
이 노래 속 ‘출발’은
낯선 곳을 향한 발걸음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삶을 다시 감당하겠다는
조용한 결심처럼 들린다.
결국 여행이란
시선의 이동과 삶의 반복,
그리고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한다,
먼 곳을 향해서도, 오늘 하루를 향해서도.
그리고 그 모든 출발의 끝에는
늘 같은 바람이 남는다.
언제나 무사히
한 바퀴 돌아,
이 자리로 오게 하소서…
이 글에서 함께 들은 음악
출발 – 김동률
https://youtu.be/Q4jX4ca0luM?si=VYzgoJd20YKDeBgs
읽은 책
<여행의 이유>
Reading · Listening · Stayin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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