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는 왜 발가벗어야 했나

전 알아요, 천국은 키스 한 번의 거리에 있다는 걸

by 박상윤
'Lovesexy' 앨범 커버

프린스의 'Lovesexy' 앨범이다. 이 앨범도 프린스의 여타 80년대 앨범과 같이 높은 평가를 받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앨범들에 비해 그 명성과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독특한 사운드,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 다루는 주제 등등, 특히 프린스의 이 나체 앨범 커버가 한몫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검열의 문제 때문에.



창세기 1: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The Black Album' 앨범 커버

프린스는 'Sign O' The Times' 앨범을 발표한 지 9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는 1987년 11월에 'The Black Album' 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직전 프린스는 이 앨범을 악하다고 느껴 발표를 취소한다. 앨범이 부정적이고 자신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맞지 않는다고. 프린스는 나중에 이 앨범에 대해 카밀(프린스의 여성 자아)이 불러들인 악마적이고 낮은 목소리의 Spooky Electric, 스푸키 일렉트릭(또 다른 프린스의 자아)의 탓이라 주장했다. 이 앨범은 1994년에 'Come' 앨범 발표의 3개월 뒤에 발매된다.

프린스는 'The Black Album' 의 발표를 취소한 뒤 곧장 다음 'Lovesexy' 앨범의 작업을 시작했다. 'The Black Album' 에 수록될 예정이었던 When 2 R in Love 만이 'Lovesexy' 앨범에 수록되어 'The Black Album' 의 유일한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



창세기 1:3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Lovesexy' 앨범 커버

프린스는 'The Black Album' 의 발표를 취소한 지 무려 7주 만에 'Lovesexy' 앨범을 완성해 1988년 5월에 세상에 내놓는다. 안타깝게도 이 앨범은 'Controversy' 이후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다. 아마 신에 대한 찬가와 성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찬 이 앨범을, 그때 당시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프린스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앨범의 CD 는 분리되어 있지 않은 단일 트랙의 방식으로 발매되었다.

'Lovesexy' 앨범 CD 를 삽입한 모습. 단일 트랙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Lovesexy' 앨범의 첫 번째 싱글 Alphabet St. 의 뮤직비디오에 프린스는 자신의 메시지를 숨겨놓았다.

Don't Buy The Black Album, I'm Sorry.

블랙 앨범은 사지 마세요, 미안해요.


프린스가 나체의 모습으로 나타난 이유

'Lovesexy' 앨범 커버

우선, 앨범의 커버를 살펴보자. 활짝 핀 꽃들 사이에 프린스가 나체로, 중요 부위만을 가린 채 앉아 있다. 그리고 프린스의 바로 왼쪽에 위치한 꽃의 암술의 모양은 아마 남성의 성기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딱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없어 보이지만. 자, 다시 집중해서 보자. 알아챘는가?

프린스는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다.

흉부를 가리고 있는 프린스의 손바닥 아래에 긴 막대의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 프린스는 알몸으로 십자가 목걸이를 한 채로 꽃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이다. 이 점을 기억하자.

또한, 프린스가 1981년에 발표한 앨범 'Controversy'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의 곡 Controversy 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Controversy 싱글 커버


People call me rude

I wish we all were nude

I wish there was no black and white, I wish there were no rules


의역해 보자면,


사람들이 날 무례하다고 해

우리 모두가 알몸이었으면 좋겠어

흑백이 없었으면 좋겠고, 규칙이 없었으면 좋겠어


프린스는 1981년에 말한 이런 소망으로 우리 앞에 알몸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피부색에 상관없이, 규칙마저 없이 우리 모두가 신 앞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마치 침대에 알몸으로 드러누운 연인의 모습처럼 말이다. 어떤 허물도 없이. 아마 그런 광경은 천국에서나 가능하리라.

펑키한 시간을 보내게 해줘서 고마워요,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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