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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대 Jun 20. 2024

3. 사내벤처 시절에 대한 생각

30대 시절의 나를 돌아봄

 “어느 누가 사내벤처 보육을 10년이나 시키나?”

2019 모기업 사내벤처 조직을 떠나 독립분사법인을 설립하게 된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에코브는 사실 대기업 조직 내에서 문제없이 보육을 받던 팀은 아니었다. 사업의 성격, 운영조직과의 원만한 관계 또는 최고경영층의 관심도 등 복합적인 판단에 의해 분사가 결정된다. 분사 보육기간은 보통 2년이지만 우리는 무려 10년간 사내벤처 조직으로 남아있었다. 2009년 전기자전거를 개발하기 위해 모인 4명의 청춘들은 전기자전거를 만들고자 그들의 30대 대부분을 던졌다.     

 

 처음부터 전기자전거를 선정한 것은 아니었다. 2008년 사내벤처 공모 당시, 지금의 드론레이싱의 개념처럼 AR고글을 통해 RC차량 레이싱 대회를 만들고자 했다. 당시 모기업은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고, 실내의 제한적인 공간에서 청소년부터 젊은 층까지 미래의 잠재고객이 될 이들에게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선보이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모기업이 가지고 있는 모든 차량뿐만 아니라 과거에 소개된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살려내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적인 요소를 가득 채워 팬덤을 형성할 계획이었다. 하나의 리그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경기를 구성하기 위해 드라이버, 후원사, 개발자, 운영사 등을 만들고 고객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레이싱 경기를 기획했다.  “Formular Inside”라는 프로젝트는 관심을 끌었지만 당시 기술적 문제로 결국 탈락했다. 지금은 실시간 영상전송으로 제어가 가능하지만 이는 불과 10년도 안돼 발전한 기술이다. 긍극적으로 난 아직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Formular Inside 컨셉 스케치

 그 다음해에 재차 도전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자전거의 유행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국가 정책 중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자전거 관련 산업과 콘텐츠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막 개발되기 시작한 전기자전거는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소개되고 있었다. 막상 자전거 개발 사업기획을 하려고 보니 국내에서 활동하는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삼천리와 알톤을 필두로 국내 자전거 산업은 90년대 중국 OEM으로 제조기반을 다 이관해 버렸고, 사실상 국내는 마케팅과 유통조직만 있는 수입국 지위였다. 또한 자동차에 비해 외장 디자인을 접목하기에는 지극히 심플한 뼈대를 갖고 있었고, 모터나 부품 등은 일본의 전문 부품업체들의 막대한 투자가 이미 이루어진 상황이라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우리가 결국 결정한 것은 차체였다. 자동차의 대량 생산 방식인 프레스로 자전거 프레임을 찍어본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한 결정이었다. 시작차체라는 프로토타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가 관심을 가져 첫 시도를 해보았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쉬워 보였다. 단순한 구조를 양쪽으로 찍어 가운데 접합라인을 로봇용접으로 한다는 것은 양산 가능성이 90% 이상 돼 보였다. 자동차 소재와 자동화 생산방식을 포인트로 해외 모터쇼에 몇 차례 소개되었고 마케팅이나 세일즈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는 브랜드 컬렉션 자전거가 만들어졌다. 이젠 회사에서 대량으로 구매를 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동차 부품이 아닌 별도의 아이템을 통한 사업화 과정은 당시 사내벤처 보육팀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었다. 타 사업부의 임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최고경영층도 긍정의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3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자전거를 양산하기 위한 예산 확정을 담당하는 조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결국 내부적으로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는 판단이 나왔고 우리는 사내벤처 조직에서 기존 투자비를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사내벤처 홀로 유럽 현지에서 자전거 판매를 위한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동차 기술을 접목한 브랜드컬렉션 자전거로 해외기사에 소개된 에코브의 전기자전거




 개발에 실패를 한 것은 아니었기에 사내벤처로서의 소임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업화를 일궈내는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회사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자생해서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껏 개발을 하면서 경험했던 시행착오와 해결방안들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정리했고, 그것이 특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전거의 수많은 특허들과 다르게 소재와 공법에 대한 최초성과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모기업 내 지적재산팀과 특허법인과의 수많은 미팅을 통해 우리가 출원한 특허는 40건 정도가 되었고 해외등록까지 이루어졌다. 특허를 출원했다고 해서 분사를 할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에코브는 실패한 것이고 내부 멤버들은 각자의 살 길을 찾아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남아있는 두 명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보였고 운영조직으로서는 이들을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2019 CES에 4륜 모빌리티를 출품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전기자전거 사업의 실패를 안겨줬던 그 부서에서 우리에게 전시 기회와 개발 예산을 지원해 준 것이다. 보상차원의 지원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지막 남은 역량을 다 쏟아부어야 했다. 우리는 4륜 페달 모빌리티인 ‘PMD’를 만들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식물의 이동을 주제로 한 모빌리티의 새로운 이동 개념인 ‘Seed Car. Bird Car’의 영상 시나리오를 매우 좋아했다. 우리의 전시품은 오랜 기간 기획되어 왔던 다른 전시품에 비해 내용과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그렇게도 힘들다는 최고 경영층의 관심을 다시 한번 받게 되었고, 10년의 보육기간이 드디어 종료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전기차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 구조의 4륜 전기자전거. 배경을 홀로그램 장비로 처리했다.

 10년을 해서 안 될 일은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즐거웠다면 그걸로 만족스럽지 않은가. 그 마지막 순간이 극적으로 찾아와서 우리가 독립된 분사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된 날이 온 것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분사는 오랜 숙원이었다. 그리고 10년을 더 해볼 에너지를 얻었다. 10년이 부족하다면 20년, 30년을 해보고, 죽을 때까지 안 되면 누군가 이어서 하면 된다는 지독한 오기가 생겼다. 스타트업은 보통 상장 또는 인수합병 두 가지 출구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결심은 기존 스타트업의 길과는 다르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투자자들의 수익을 실현시켜 주겠다는 의지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러니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을 수밖에. 그렇게 우리는 다사다난했던 10년간의 개발을 강제종료 당할 수 있었다. 사내벤처 분사보고 자리에서 사업부장님의 입에서 직접 “에코브는 왜 분사보고를 안 하는 거냐?”라는 말이 나오고 정확히 2주 만에 우리는 분사보고서 결재를 맡았다.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사업부장이 한마디 더 보탰을 게 분명하다.

 “누가 스타트업 개발을 죽을 때까지 하나?”           


 자세한 과정은 알 수 없다. 내부에서 당시 에코브에 대한 평가나 개인적인 감정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우리가 포기하기를 바랐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10년의 선례를 남긴 에코브는 잘했건 못 했건 있어서는 안 될 흑역사임에 분명했다.


 응원을 받기도 칭찬도 받기도 하다가 일순간 모두가 외면하는 대상도 되어봤다. 그 기간은 나의 30대를 고스란히 바쳐낸 추억이자 성장의 기간이었다. 뭔가 잘 나간다는 느낌이 들 때는 주변인들이 먼저 알아보고 달콤한 제안들을 한다. 그 반대일 경우는 알아서 떠난다. 공짜는 없다. 돈이 되는 사업에 쉽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 매일을 같은 루틴으로 단련이 필요했다.                                                       





3. Thoughts on my in-house start - up days    


"Who gives you 10 years of in-house start-up incubating? “

It was a decisive scene in which the 2019 parent company left the in-house venture organization and established an independent spin-off corporation. Whether or not to spin off a particular in-house venture was entirely up to the will of the operating team’s leader. In fact, eccov was not a team that received incubation without problems within a large corporate organization. The spin-off is determined by complex judgments such as the nature of the business, a smooth relationship with the operating organization, or the interest of the top management. The term of spin-off incubation is usually two years, but we remained an for as long as 10 years. Four young guys who gathered to develop electric bicycles in 2009 devoted themselves most of their 30s to make electric bicycles.     


 Electric bicycles were not selected from the beginning. At the time of the in-house venture competition in 2008, it was intended to create an RC vehicle racing competition through AR goggles, just like today's concept of drone racing. At that time, the parent company was investing in motorsports, and it seemed necessary to introduce a new car culture to future potential customers from teenagers to young people in limited indoor spaces. It was planned to create content by utilizing the design of concept cars introduced in the past as well as all vehicles owned by the parent company and to create fandom by filling up game elements that people would like. In order to create a league and naturally organize the game, drivers, sponsors, developers, operators and etc. were created, and new racing events were designed and participated by customers themselves. A project called "Formular Inside" drew attention, but was eventually eliminated due to technical problems at the time. Now, it is possible to go through real-time video transmission, but it's a technology that is not only 10 years old. I still didn't give up the dream.     


 I decided to try again the following year. meanwhile, the trend of bicycles suddenly came. This is because bicycle-related industries and contents received attention in the process of expanding and promoting bicycle paths among national policies. In particular, electric bicycles, which had just begun to be developed, were being introduced in Japan and Europe. When I tried to plan the bicycle development business, it was not easy to find a partner working in Korea. The domestic bicycle industry, led by Samchuly and Alton, transferred all of its manufacturing base to Chinese OEMs in the 1990s, and in fact, Korea was an importer with only marketing and distribution organizations. In addition, compared to automobiles, it had an extremely simple skeleton to incorporate external design. Electric Drive system were invested by big Japanese company, making it difficult for startups to challenge. What we eventually decided was the body.      

Formular Inside Concept sketches

 

It was a very common sense and simple decision to stamp a bicycle frame with a stamping, which has been used for mass production of a car. A company that specializes in making prototype cars was interested and gave it its first try. At first, it looked very easy. Taking a simple structure from both sides and using robot welding as the center joint line appeared to have more than 90 percent chance of mass production. It was introduced to overseas motor shows several times with automobile materials and automated production methods as points, and brand collection bicycles that can be used as marketing or sales items were created. Now I thought I just had to buy it in bulk from the company. The business meeting process through separate items other than automobile parts was beyond the scope of the in-house venture team at the time. Executives of other business units showed active interest, and top management showed positive intentions. However, time was delayed in the process of deciding which organization was in charge of determining the budget to mass-produce expensive electric bicycles worth more than 3 million won. Eventually, it was determined that the project could not be carried out internally, and was concluded that the in-house venture organization took the steps to complete the existing investment costs and organized us. It was impossible to establish a corporation and form a local branch for bicycle sales in Europe alone as an small in-house start-up team.          


 Since the development did not fail, we think we have fulfilled my duties as an in-house venture. However, we thought the process of developing commercialization was too easy. We didn't even think about doing something on our own without expecting support from the company. Based on this experience, we recorded and organized the trial and error and solutions we experienced while developing so far, and we knew that it could be a patent. Unlike many patents for bicycles, it has been recognized for its initiality and differentiation in materials and construction methods. Through numerous meetings with intellectual property teams and patent corporations within the parent company, we have applied for about 40 patents and even overseas registration has been made. In conclusion, eccov failed, and the inner members moved to different departments in search of their own way to live. The remaining two expressed their intention not to give up, and the operating organization could not force them to quit.     

 Then came the opportunity to submit four-wheel mobility at the 2019 CES. The department that caused the failure of the electric bicycle business supported us with exhibition opportunities and development budgets. I don't know if it was a compensation support, but we had to put all my remaining capabilities into it. We received a lot of attention by creating 'PMD', a four-wheel pedal mobility. In particular, people loved the movie scenario of 'Seed Car. Bird Car', a new concept of mobility with the theme of plant movement. Our exhibits have never fallen in content and quality compared to other exhibits that have been planned for a long time. It has once again attracted the attention of the top management that it is so difficult for large corporations, and the moment has come when the 10-years incubation period finally ends.         

4W ebike with EV skateboardplatform. Background treated with holographic equipment

 I thought there was nothing I couldn't do after 10 years. Still, if you had fun, isn't that satisfactory. The last moment came dramatically, allowing us to establish an independent spin-off company. The spin-off, which seemed impossible, was a long-cherished desire. Then I got the energy to do another 10 years. If 10 years is not enough, try it for 20, 30 years, and if it doesn't work until death, someone has to continue. Startups typically have two exit strategies: IPO or M&A and acquisitions. However, this decision differs from the path of existing startups. The willingness to realize investors' profits in the shortest possible time was not an ounce of commitment. That's why it's not popular among investors. That's how we were forced to end the eventful decade of development. At the in-house venture spin-off report, the vice president said directly from the mouth of the operating team leader, "Why isn't eccov reporting the spin-off plan?" Exactly two weeks later, we were in charge of directly approving the spin-off report. The vice president didn't say it, but the must have added another word.      


"Who does start-up development until death? “     


 The detailed process is unknown. There is no way to internally check the evaluation or personal feelings of eccov at the time. However, it was not that friendly, but clear that they wanted to eccov give up. And for them, it was clear that eccov, which set a 10-year precedent, was a dark history that should not have happened, whether well or not.     


 We have been supported and praised, but for a moment, we have been turned away by everyone. It was a period of memory and growth that I dedicated my 30s to. When you feel like something is going well, the people around you recognize you first and make sweet suggestions. If it's the opposite, they leave your surroundings on their own. Nothing is free. There is no easy way to get to a profitable business. So I have to be prepared when the opportunity comes. I needed to train myself on the same routine ever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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