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by 지수

어제는 조현병에 관해 찾아보았다.


환청, 환시, 환촉이 없어도 조현병이 진단될 수 있다는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조현병의 양성 증상에는 망상, 환각, 사고의 비약, 비논리적인 언어 흐름이 있고,
음성 증상에는 감정 표현의 감소, 말수의 현저한 감소, 의욕 저하, 사회적 위축이 포함된다고 했다.

환각이 없어도, 이 음성 증상들만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환청도, 환시,환촉도 없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증상은 ‘망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상형이지만 환청이 없는 경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고3 때의 나는 분명 아팠다.
생각이 너무 많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고, 문밖에서 누군가—혹은 무언가—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창문을 모두 커튼으로 가려두고 지냈다.
약을 먹고 증상은 좋아졌다.


조현병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와 현실 인식의 변화라고 했다.
환각이 없어도 망상은 흔하고, 핵심 손상은 ‘사고와 기능’이라고.


젊을때는 약을 먹고 나는 대학을 다녔고, 공부했고, 일했고, 연애도 했다.

그러다 조울증이 왔다.
잠이 오지 않았고, 가는 곳마다 시비가 붙었다.

이혼 후에는 우울증을 앓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기분 저하가 오래 지속됐다.


남편과 떨어져 살며 고립되었고, 기묘하다고 느껴지던 집에서는 외출조차 어려웠다.
이 시기에 의사는 가장 많은 약을 처방했다. 그리고 근로 무능력을 받았다.


나는 왜 그렇게 고립되었을까.
왜 혼자 판단하며 버텨야 했을까.
왜 심장은 나빠졌고, 공황을 겪었을까.



정리해 보면 이렇다.

생각이 이상해졌다 → 조현병 쪽

기분이 미친 듯이 들쑥날쑥 → 조울증

아무것도 하기 싫고 계속 가라앉음 → 우울증


재발을 부르는 세 가지 트리거는
수면 붕괴, 고립, 스트레스 폭증이라고 한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겹치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혼으로 고립되었고,
수면부족, 층간소음과 모욕죄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버거운 시간이었다.


망상에 대해 더 찾아보았다.
망상이란 명확한 반증이 있어도 끝까지 확신하는 믿음이라고 했다.
핵심은 ‘확신의 강도’와 ‘고정성’이다.

오해는 설명을 들으면 수정된다.
걱정은 근거를 따져본다.
하지만 망상은 증거가 나와도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고 했다.

이 생각이 틀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나?

조금이라도 있다면, 망상일 가능성은 낮다.
전혀 없고 100% 확신한다면, 가능성은 높다.

나는 ‘조금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애매하다.

어중간한 정신병을 안고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조현병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생각이 깊고, 세상을 많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잘 겪는다고 한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공부만이 희망이라고 믿었고,

성공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학교폭력을 겪으면서도 공부에 매달렸지만, 집중은 늘 어려웠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아이에게 이 병이 전해질까 하는 마음이다.

어제 이런 글귀를 읽었다.

씨앗으로 내게 온 것은
꽃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 가고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열매로 나아가는
그런 삶을 선택하리라


나에게 씨앗으로 온 아이를, 꽃으로 키워 열매 맺게 할 수 있을까.

요즘엔 아이가 밉다.
눈, 코, 입 모두 예쁘게 태어났는데 점점 말라가는 모습이 가슴 아프고 화가 난다.
영특하고, 똑똑하고, 기특한 아이인데도 말이다.

이혼 후 아이와 살아보려 애썼고,
어떻게든 시설에 보내지 않으려 버텼다.
아이가 희망이라고 믿으며 살았다.
그 믿음 하나로, 병든 채 고립된 시간을 견뎠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를 원망하고 있었다.
아이 때문에 쉽게 누군가를 만날 수 없었고,
삶은 지치고 무거워졌다.

아이의 웃음을 보면 기쁘면서도
“배고파”라는 말에 또 밥을 차려야 하는 현실이 짜증 난다.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와 있다.
아이에게 쇠사슬로 묶여 있는 듯한 기분.
자유를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현실이 괴롭다.
그렇다고 아이와 떨어질 용기도 없다.

기묘한 집을 떠나기 위해 이사를 준비 중이다.
다음 집에서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어중간한 정신병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가야 할까.


오늘도 약을 먹으며 내가 선택한 삶의 주어진 하루를 살아 갈 뿐이다.


답은 없다.
그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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