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울증을 앓고 있다.
그리고 문득 돌아보니, 마흔이 되면서 생리전 증후군도 더 거칠어졌다.
요 며칠 나를 휘감던 예민함과 짜증은
내 성격이 아니라, 지나가는 파도였다는 걸 알게 됐다.
생리가 끝나자 감정이 고요해졌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그리고 오늘,
사이버 심리학과에 지원했다.
만약 내가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열아홉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학과를 선택했을까.
그때의 나는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무엇 하나 일관되게 배워온 것이 없다.
그래서 더 묻게 된다.
나는 심리학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그래도 젊은 날의 나는
젊음 하나로 관광학사를 따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십 년을 나름대로 잘 살아냈다.
어젯밤엔 층간소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이 지나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정신과 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일어나 집을 정리하고,
뒤늦게 이 글을 쓴다.
요즘은 집을 알아보고 있다.
도서관이 가깝고, 산이 있는 동네.
하지만 지금 사는 곳보다 훨씬 허름하다.
조금은 무섭다.
그렇다고 깨끗해 보이는 동네가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겉모습은 종종 우리를 속인다.
그래도 이 집에서는 더 살 수 없다.
나는 이사를 가야 한다.
이번에는 탑층으로 가려고 한다.
빌라의 꼭대기 층.
층간소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사에는 돈이 든다.
감당해야 할 몫이다.
가난한 집에서
내 아이는 잘 클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엄마와 함께 사는 집이다.
그것만으로도 시설보다 낫다고, 나는 믿고 싶다.
요즘 아이는 밥을 잘 먹는다.
얼굴에 살이 조금 붙었다.
그 모습을 보면
나는 다시 버틸 힘이 생긴다.
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좋은 사람도 만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바로 서야겠지.
정신을 붙들어 매고.
마흔.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다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래도 오늘 나는
지원서를 냈다.
어쩌면
꿈은 나이를 묻지 않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