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삶에서 가장 큰 소비이자 투자는 아이들의 교육입니다. 교육비를 계산할 때마다 놀랍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부모로서의 믿음과 결심이 있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를 것임을 압니다. 그래서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대신, 스스로 배우는 힘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7살 무렵, 우리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 결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려서 영어를 배워봤자 소용없다”는 말도 들었고, “언어는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해외에서 근무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경험할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아내와 상의 끝에, 1년만이라도 부담을 감수해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한 달에 150만 원, 당시로서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대학교 등록금보다 비쌌고, 생활비를 줄여가며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 7시마다 영어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 시간이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늦게 시작했지만, 스펀지처럼 빠르게 따라갔고,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함께 자라났습니다.
그 후 우리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이 된 두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근무지인 대만으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현지 학교에 보냈습니다. 중국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언어보다 환경이 스승이 되어주리라 믿었습니다. 집에서는 과외 선생님과 작문 학원을 통해 중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웠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포기하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학기가 지나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선생님의 교육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년쯤 지나자, 그들의 발음과 억양은 현지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한국인 맞냐”고 물을 때면 묘한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그 무렵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중학교 진학과 함께 대학 입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대만에서 근무할지도 모르고 나아가 대학 진학을 고려하면 국제학교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아내와 나는 밤마다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교육비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이들이 세 언어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그건 어떤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값진 자산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국제학교 입학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의 시험과 인터뷰, 서류 준비를 거치며 부모인 우리도 아이들만큼 긴장했습니다. 합격 소식을 들은 날, 우리는 조용히 서로의 손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날의 안도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성취였습니다.
아이들에게의 투자는 결국 나의 미래 투자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에게 남겨줄 부동산보다, 세상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는 언어와 태도를 물려주는 것이 더 큰 유산이라 생각했습니다.
돈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교육과 좋은 환경은 그들의 인생 속에서 계속 자라납니다. 내가 쌓은 자산이 언젠가 줄어들더라도, 아이들이 지식을 통해 삶을 넓혀가는 모습을 본다면 그건 내 투자 인생의 가장 높은 수익률일 것입니다.